ICT 결합한 첨단제품 선보여…재난사고 VR체험 흥미진진
(대구=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25일부터 대구에서 열린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소방 제품들이 많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박람회 3층 전시장에 마련된 '4차산업 혁명관'에는 로봇형 웨어러블 수트와 스마트 헬멧, 드론 등 평소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소방 제품이 관람객을 맞았다.
국내 한 업체가 제작해 상용화를 앞둔 웨어러블 수트는 30층 이상의 고층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소방관의 진압 활동을 지원하는 장비다.
보통 소방관은 건물 화재 때 산소통을 짊어지고 진입에 나서는데 건물 높이가 30층을 넘어갈 경우 화재지점에 도착할 시점에는 산소가 충분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
현장에서 구조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을 외부로 데려 나오거나 불길을 잡으려 현장에 머물면 그나마 남아있던 산소도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하지만 웨어러블 수트를 장착할 경우 근력을 증가시켜 여러 개의 공기호흡기를 지고서도 건물을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웨어러블 수트는 무게가 약 25㎏ 정도로, 리모컨을 통해 유압모듈을 작동시키면 수트를 장착한 소방관이 무게감을 거의 느끼지 않게 된다. 모듈을 필요에 따라 6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필요한 만큼의 힘만 수트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 업체 선임연구원인 홍모(29)씨는 "웨어러블 수트는 소방관이 고층건물 화재 진압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비"라며 "체력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게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트의 무게를 줄이는 경량화가 숙제"라고 덧붙였다.
박람회장에는 다양한 재난 사고현장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체험장도 마련돼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체험자가 '헤드셋'을 쓰면 눈앞 화면에 펼쳐지는 재난 상황을 경험하며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하나둘씩 대응요령을 배우는 것이다.
기자가 헤드셋을 통해 경험한 지하철 화재탈출 VR은 2003년 있었던 대구지하철참사를 모델로 만들어진 체험 프로그램이다.
헤드셋을 쓰자 당시 화재가 났던 대구지하철 열차 내부가 재연됐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객차에서 난 불을 피해 황급히 대피하는 시민들이 연달아 나타났다.
기자는 프로그램 지시에 따라 손에 잡은 컨트롤러로 무전기를 들고서 화재 신고를 했고, 이어 아래쪽에 있던 소화기를 집어서 불길을 잡고 대피에 나섰다.
비상시 객차 출입문을 수동으로 열 수 있는 레버를 내린 뒤 객차 밖으로 빠져나가자 VR 프로그램은 낮은 자세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화재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상황인 만큼 최대한 연기를 마시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오리걸음으로 10여 초를 제자리에서 움직이자 그제야 밖으로 빠져나가는 출입구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는 재난 상황을 미리 경험해보며 대응법을 배울 수 있다.
VR 체험장을 마련한 대한안전교육협회 측은 "현실에서 체험하기 힘든 위험 상황을 가상현실을 통해 경험하는 안전교육 콘텐츠"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박람회장에서는 고성능화학차·사다리차 등 특수소방차량 전시와 소방수출상담회, 각종 소방 관련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박람회장 야외에서는 인명구조건 이벤트가 벌어져 재주를 부리는 구조견에 박수가 쏟아졌다.
27일 막을 내리는 박람회에는 몽골과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미국 등 해외 각국의 바이어와 대표단이 찾아 소방산업 교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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