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硏 "국가중심 주택공급 붕괴…개인투자자 분양시장도 형성"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북한의 부동산 시장과 통일 이후 북한의 주택문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북한은 국가가 전체 경제를 계획하는 사회주의 시스템인 만큼 우리와 같은 주택난이 없을 것이란 생각도 들만 하다.
북한 법에도 주택의 건설과 공급, 관리는 국가 주도의 무상배분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북한의 주택보급률은 60% 수준에 불과해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북한 정부가 주택 공급을 감당하지 못 해 이미 민간에 의한 분양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통일이 된다고 해도 초기에 북한의 주택 부족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대규모 인구 이동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8일 주택금융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북한의 주택정책과 시장화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주택보급률은 약 60∼80%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일성 시대에는 주택공급 계획을 세웠고 계획대비 약 50% 수준의 주택공급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부터 최근까지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선전용 살림집 분양에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집이 없는 가구는 부모세대 또는 기존 가구에 동거하거나 자조 주택을 건설하는 식으로 주거를 해결하는 상황이다.
갈수록 시장 의존도도 높아진다는 관측도 많다.
2009년 살림집 법을 개정해 주택의 거래, 매매, 교환 등을 금지했지만, 시장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을 통한 주택 매매와 임대가 활성화되고 있다.
개인투자자에 의한 분양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북한 정부가 건설 계획을 승인하고 주택 건설에 필요한 토지와 건설기계, 인력 등을 제공하면 개인투자자는 건설에 필요한 시멘트, 강재, 목재를 보장하며 동원된 인력의 인건비와 기초 생활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상업은행에 동산이나 부동산을 담보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초보적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존 사회주의 국가들이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하면서 나타났던 현상과 비슷하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가 주거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주택 문제도 다른 경제처럼 민간 의존도가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이 나선다고 해도 여전히 주택보급률은 부족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통일된다면 통일 초기 대규모 인구이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살 집이 없는데, 통일되면 남쪽으로 내려가겠다는 유인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적극적인 북한 주민의 주택복지 정책이 있어야 많은 인구가 움직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을 통한 주택공급 시장이 활성화되는 추세를 고려해 이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탁용달 동국대학교 DMZ 평화센터 연구원은 "통일 대비 주택금융 관련 전담기구 설치 등을 통해 북한지역 주택복지 확충을 위한 정책과제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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