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통해 본 인터넷 여론형성 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
전문가들, '의견 공론장' 댓글 한계 지적…'아웃링크' 등 제시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드루킹' 김 모(49·구속기소) 씨의 여론조작 사건으로 댓글의 여론형성 기능을 둘러싼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인터넷 포털의 댓글이 일반 시민의 의견까지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과 사회과학데이터혁신연구센터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 곽정환 홀에서 '댓글조작을 통해 본 한국 인터넷 여론형성의 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토론을 맡은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이 훈 교수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인터넷이 시민 의견의 공론장으로서 갖는 역할에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데 큰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네이버 댓글의 경우 전체 이용자의 1% 미만인 극소수 '댓글족'이 전체 댓글의 대부분을 쏟아내며, 소수 이용자의 의견과 활동을 편향적으로 담아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는 네이버가 1인당 아이디를 제한 없이 생성하도록 방치한 점,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댓글 공감의 숫자 조작에 대한 방지책을 도입하지 않은 점 등 효율적이지 못한 대응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인터넷에서 왜곡되기 쉬운 여론 동향은 사이버 공간을 넘어 온라인 활동에 미온적인 일반 시민의 의견까지 변질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나아가 사회 구조적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인터넷 특성상 어떤 기술적 해결책도 댓글을 통한 여론 왜곡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댓글의) 공론장으로서 갖는 한계점을 인식하고 이 역할에 제한을 두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구글처럼 댓글을 달 수 없게 하거나 호감 순으로 댓글을 정렬하는 방식을 벗어나 최신순으로 정렬해 여론조작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연세대 사회과학데이터혁신연구센터 박영득 전임연구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포털 사이트의 댓글 관련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아웃링크'나 포털 뉴스서비스의 댓글 기능을 없애는 방법을 제안했다.
댓글 기능을 제한하면 뉴스에 의견을 남길 수 없게 된다는 우려에 대해 박 연구원은 "포털 사이트 뉴스페이지에서 댓글을 달 수 없어도 뉴스에 의견을 남길 방법이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의견 제시가) 가능하고, 언론사 사이트에서 댓글 기능을 제공하면 대안적 공간에서 의견표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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