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많다" 재판 청구 60대 추행범에 법원 "200만원 더"

입력 2018-04-29 07:30   수정 2018-08-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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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많다" 재판 청구 60대 추행범에 법원 "200만원 더"
여직원 상습추행 사장에 약식명령보다 많은 700만원 선고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회사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애초 검찰의 청구액보다 무거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A(65)씨는 2014년 6월부터 약 1년 동안 여직원 B(55)씨의 휴대전화로 수차례 전화해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을 했다.
A씨는 2014년 9월 경남 양산의 한 도로변 벤치에서 B씨의 손을 자신의 속옷에 넣는 등 추행했고, 2017년 9월에도 회사 사무실에서 양팔로 어깨 부위를 끌어안았다.
A씨의 집요한 성추행을 견디다 못한 B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A씨는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 약식명령 결정을 받았으나, 이 결정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약식명령은 혐의가 무겁지 않은 사건에서 공판 없이 벌금·과료 등을 내리는 절차다.
그러나 A씨의 기대와 달리 재판에서 더 무거운 벌금형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9단독 송영승 부장판사는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애초 약식명령 결정보다 벌금액이 200만원 늘어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고용한 여직원을 강제추행하고 음란한 통화를 한 것으로,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가 사실상 반항할 수 없을 이용한 범행이어서 그 죄질이 나쁘다"면서 "피해자가 회사를 그만둔 것은 딸의 병원비와 아들의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회피행위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 초기에 혐의를 부인하다가 피해자와 합의한 뒤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볼 때 진지하게 합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해자가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하는 형편을 고려해 합의해준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온전히 용서받은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2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적용된 사례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불이익변경의 금지)에는 피고인이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할 경우 법원이 검찰의 청구액보다 더 무겁게 선고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었으나 지난해 벌금형의 범위에서 더 무거운 형량 선고가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울산지법 관계자는 29일 "사회적 문제가 된 '미투' 유형의 사건에서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해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면서 "울산지법에서는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적용해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첫 사례다"고 밝혔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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