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연평도 주민 불안' 발언에는 반응 엇갈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최은지 기자 = 남북 정상이 2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한 판문점 공동 선언문이 발표되자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5도 어민 대부분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오후 발표된 판문점 공동선언문에는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서해5도 어민들은 백령도와 연평도 북쪽에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지정해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면 서해 NLL이 남북 긴장을 완화하는 '바다의 개성공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태원(58) 연평도 어촌계장은 "과거 어민들이 주장한 내용이 이번 공동선언문에 포함돼 앞으로 상당히 기대된다"며 ""군사 도발 걱정을 하지 않은 채 NLL 인근 해상으로 올라가 조업하면 어민 수익도 늘고 해상 파시(波市·바다 위 생선시장)까지 열면 북한 어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섬 어민들은 연평도 남측에 형성된 어장에서 꽃게 조업 등을 하고 있다. 섬 북쪽 NLL 인근 해상에서는 군사적 위험 때문에 조업이 금지돼 있다.
백령도 인근 소청도 어촌계장인 이용희(57)씨는 "이제 NLL을 기점으로 자유로운 왕래까진 안 되더라도 평화롭게 그 주변에서 조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어민들은 이번 평화수역 조성에 모두 두 손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포격에 대한 연평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 섬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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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 환담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남쪽으로) 오면서 보니 실향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우리 오늘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을 봤다"며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북한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에 포탄 170여 발을 쐈고, 당시 무자비한 포격에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부 연평도 주민들은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을 언론 보도로 접하고서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8년 전 북한의 포격으로 입은 트라우마에 위로가 된다고 했다.
박 어촌계장은 "김 위원장이 먼저 연평도 주민들 이야기를 꺼내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서해5도 주민들의 애환을 북한도 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풀린다"고 말했다.
연평도에서 20년 넘게 산 박연순(60·여)씨도 "오후부터 계속 TV를 보면서 두 정상이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박수까지 쳤다"며 "북한군 포격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말이 '앞으로 다시는 그런 사건이 없어야 한다'는 말로 들려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8년 전 북한군 포탄이 집 앞까지 떨어졌던 악몽같은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의 언급에 의구심을 보였다.연평도 주민 김영애(57·여)씨는 "코앞에서 겪었던 연평도 포격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보니 '김 위원장이 회담에서 하는 말들이 진심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북한 태도가 포격 당시와 180도로 달라졌는데 김 위원장의 발언이 모두 진심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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