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남북 정상은 27일 "다음 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는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자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 등 접경지 주민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선언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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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만 해도 대북전단을 보내는 풍선 날리기는 떠들썩한 행사였다.
북한 정권 창건일 등 주요 기념일마다 탈북자 단체들이 날리는 풍선은 어김없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
대북전단 행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키우고, 조직 운영을 위한 후원금을 확보하기 위해 탈북자 단체에서는 행사의 미디어 노출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2014년 10월 연천군 태풍 전망대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대북전단이 뿌려지자 북한군이 풍선을 향해 13.5mm 고사총을 10여 차례 발포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양상이 달라졌다.
북한이 사격한 고사총 실탄 2발이 연천군 중면사무소 내 민방공대피소에 떨어졌다.
북한의 도발에 놀란 접경지 주민들은 농기계를 동원해 탈북단체의 차량을 막아섰다.
안전을 염려한 경찰도 풍선 날리기 행사를 저지하고 나섰고,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경찰의 행위는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 공개행사 자체가 어렵게 됐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2015년 8월에는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인근 주민들이 집을 떠나 면사무소 내부 대피소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이후 대부분 단체가 행사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행사의 빈도와 날리는 전단 수도 줄어들었다.
일부 단체는 풍선 날리기 대신 다른 전단 보내기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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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16년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방송이 1월 재개되면서 북측도 맞대응으로 대남방송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최근까지 2년여가 넘도록 접경지역인 인천과 경기 북부, 강원지역에는 확성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파주시 대성동 마을의 심금식(64) 부녀회장은 "개성공단 폐쇄 이전에는 뜸했다가 공단 폐쇄 후 우리나라와 북한의 대북·대남 방송이 이어졌다"며 "새벽 시간까지 이어지는 확성기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는데 회담을 앞둔 이번 주부터 소리가 잦아들었다"고 전했다.
이 마을 김동구 이장은 "오늘 판문점 선언으로 앞으로 비무장지대는 물론, 한반도에서 서로를 헐뜯는 확성기방송은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는 정말 고요한 밤잠을 청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면 삼곶리에 사는 권모(61) 씨는 "2015년 서부전선 포격 도발 당시 더운 여름에 대피소에서 5일간 답답한 지하에서 생활하는데 분통이 터졌다"면서 "오늘 회담이 잘 끝나서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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