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장성급 회담…김대중·노무현정부 군사대화 채널 재가동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남북 군사당국이 다음 달 중으로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어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드는 방안 등을 의제로 본격적인 군사 대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쌍방 사이에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를 지체 없이 협의 해결하기 위하여 국방부 장관 회담을 비롯한 군사당국자 회담을 자주 개최하며 5월 중에 먼저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이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 회담을 본격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이명박 정부 시절 단절된 남북 군사당국의 공식대화 채널 복원의 의미와 함께 그간 무력화된 군사회담체계가 복원되어 가동된다는 뜻도 있다.
남북 군사당국 회담은 격이 높은 순으로 국방장관 회담, 고위급 군사회담, 장성급 군사회담, 군사실무회담 등으로 나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국방장관 회담 2차례, 장성급 회담 7차례, 군사실무회담 36차례를 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군사실무회담 3차례와 고위급 군사회담 1차례를 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남북 군사당국 공식 채널이 끊긴 것이다.
다음 달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린다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12월 개최한 제7차 장성급 군사회담 이후 약 11년 만이다. 장성급 군사회담을 시작으로 국방장관 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급의 남북 군사당국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남북 군사당국 회담은 한반도 긴장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른 영역과 비교하면 가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대화 채널로 꼽힌다. 남북의 이해관계가 정면 대립하는 군사 문제는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과거 남북 군사당국 회담이 어렵사리 만들어낸 합의도 제대로 이행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2000년 1차 국방장관 회담 합의에 따라 서해선과 동해선 연결, 개성공단 통행 보장을 위해 비무장지대(DMZ) 일부 지역의 병력·지뢰·화기를 없앤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군 관계자는 "과거 남북 군사당국 회담 사례를 보면 서해선과 동해선 연결을 위한 군사적 보장 조치와 같이 물리적으로 돌이키기 어려운 조치 외에는 이행된 게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시작으로 복원되는 군사당국 회담에서는 이번 판문점 선언에 담긴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구체적이고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판문점 선언은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DMZ의 실질적인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설정,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군사적 보장, 단계적 군축 등 굵직한 군사적 합의를 담고 있다.
국방부는 작년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제의했지만, 북측은 호응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남북은 고위급 회담에서 군사당국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나 실제로 군사회담을 하지는 않았다.
국방부는 남북 군사당국 회담에 대비해 작년 12월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국장급(현역 소장급) 대북정책관 직위를 설치하는 등 군사회담 준비를 해왔다. 당장 다음 달 열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는 현역 공군 소장인 박인호 국방부 대북정책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군사당국 대화 채널이 복원됨에 따라 1992년 남북이 군사적 신뢰 조성과 군축을 위해 설치하기로 합의한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가동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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