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김정은, 합의 이행 열망 표출로 남북관계 속도내나(종합)

입력 2018-04-28 11:40   수정 2018-04-28 11:54

베일벗은 김정은, 합의 이행 열망 표출로 남북관계 속도내나(종합)

北 매체들, 한반도 비핵화 담은 '판문점 선언' 전문 소개
2007년후 '11년 단절' 강조한 金, 남북 관계 개선 필요성 강조
국가수반 김영남·외교·군부 인사 대동해 '후속회담틀'도 구축
金,비핵화없는 남북경협 불가능 인식…경제관료는 대동안해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반드시 남북 간 합의를 이행하겠다."
남북 무대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담 전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 전쟁위험 해소,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이 담긴 '판문점 선언'이 다시는 휴짓조각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결기를 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모두발언도 이에 방점을 뒀다. 그는 아무리 좋은 합의가 이뤄져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더 낙심을 주지 않겠나", "정말 진지하고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정말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등 발언 내내 이행을 강조했다.
그는 판문점 선언 발표 후 공동 발언시간에는 "고통이 없이 승리가 없고 시련이 없이 영광이 없듯이, 언젠가는 오늘의 이 만남과 그리고 온갖 도전을 이겨내고 민족의 진로를 손잡고 함께 헤쳐간 날들을 즐겁게 추억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만찬에서도 "우리는 사소한 두려움을 가져서도 안 되며, 외면하고 피할 권리도 없다"면서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들을 걸머지고 있는 우리들"이라고 역설, 굳은 이행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평양·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정상회담 이틀날인 28일 오전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조선반도(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담은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전문 그대로 일제히 소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보여줬다.
북한 매체들은 남북정상이 회담에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오늘 그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을 안고 왔다"는 등의 김정은 위원장 발언들도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일 노동당 제7기 3차전원회의에서 '핵·경제병진' 대신 '경제건설 총력집중'으로의 노선 전환을 선언한 것이 '비핵화 결단'에 따른 것이며 비핵화의 대장정에 나섰음을 전 주민에게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김 위원장은 올 들어 남북간의 다양한 고위급 접촉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면담 등으로 '판문점 선언'에 담은 남북 간 협력이 비핵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공식수행원에 종전 정상회담과 달리 경제관료가 단 한 명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은 판문점 선언에 많은 경협 사안을 담았음에도 핵 문제로 인해 당장 진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도보다리에서 문 대통령과 나눈 대화의 내용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핵화에 대한 좀 더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의 첫 남북정상회담에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대남 및 외교, 국방분야 수장들이 총출동한 사실도 이번 회담에 임하는 각오와 더불어 앞으로 합의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포함된 것은 이번 회담이 남측 지역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한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 최고지도자와 대외적 국가수반이 모두 함께함으로써 정상회담의 격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의 외교 양대축인 리수용 당 부위원장과 '미국통' 리용호 외무상이 이례적으로 남북대화에 나오고, 야전군 수장 리명수 군 총참모장과 우리의 국방부 장관격인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포함된 것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후속회담의 틀을 구축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이행 의지는 핵 문제를 풀어 경제성장을 이룸으로써 주민들에게 풍족한 삶을 주겠다는 열망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다양한 시장 경제적 조처를 하면서 주민 생활향상에 안간힘을 썼지만, 핵을 동반한 경제발전 전략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축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부딪히며 북한 경제를 질식상태로 몰아넣었다고 할 수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2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비핵화·평화 정착 및 남북관계 발전' 주제로 열린 전문가 2차 토론회에서 "김정은은 (결국)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본다"며 "생존을 위해 핵을 개발했지만, 핵 때문에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김정은이 핵 개발을 포기할 적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은 예전부터 '인민들의 윤택한 삶을 위해 일하겠다'라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라며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면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김정은의 핵 포기 의지가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고위층 탈북자도 "김정은은 유년기와 청년기에 스위스에서 8년간 유학하고 유럽 여행도 많이 하면서 선진국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 만큼 북한을 그렇게 일으켜 세우려는 욕망이 큰 것 같다"며 "30대 중반에 불과한 지도자로 앞으로 최소한 30년 이상 집권할 텐데 현재의 피폐한 경제를 부둥켜안고 권력을 유지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h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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