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악재' 우려…'드루킹 정국' 불씨 꺼질까 고민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자유한국당은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에 대해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이 빠진 '위장 평화 쇼'라고 평가하며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을 고리로 대여공세의 화력을 끌어올리던 상황에서 터져 나온 남북이슈가 자칫 정국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블랙홀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당 입장에서 선거전의 악재가 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어 보인다.
한국당은 이날도 판문점 선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당장 홍준표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 역시 "구체적 비핵화 방법을 명기 못 한 말의 성찬"이라거나 "문정권(문재인정권)의 외눈박이 외교"라는 말로 혹평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를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청와대가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받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도 "10·4 공동성명보다 못하고, 우리가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가 포함되지 않은 선언문을 비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당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한국당은 당장 29일부터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정상회담 당일 자제했던 드루킹 사건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다시 죌 예정이지만 자칫 정국 주도권이 여권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묻어난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저렇게 쇼를 해대니 무슨 방법이 있겠나. 당장 드루킹 사건도 다시 불씨가 타오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나경원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판문점 선언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고 적었다가 비난 댓글이 쇄도하자 "남북정상회담의 진행 모습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고 문구를 다소 순화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당의 '위장 평화쇼' 공세가 국민적 정서와 괴리돼 호소력 있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당으로서는 5월 말∼6월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도 긴장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6·13 지방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북미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온다면 한국당에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가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을 받겠다고 하는 것도 불편하다.
한국당이 비준동의를 거부하면 여론의 비판을, 찬성하면 '위장평화쇼' 발언이 정치적 공세였다는 비난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비준동의 추진을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의 정치적 셈범의 결과로 보는 기류도 있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 동의를 받겠다는 순수한 의미보다는 평화냐 전쟁이냐는 프레임으로 정치권을 나누고 정국을 끌고 가겠다는 분열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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