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력지들,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북미정상회담 전망 관련해 일제히 사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전환을 골자로 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한 데 대해 미국의 유력 언론들이 사설을 통해 다소 엇갈리는 견해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한국인들의 평화 대화는 희망과 의심을 모두 높였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에 관해 의구심을 나타내면서도 평화를 향한 대화 자체에는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NYT는 남북정상회담 후 "김정은의 동기를 비방하거나 그가 몇 주 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눌 것으로 예상되는 대화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거의 비열한 일로 보인다"며 "이런 접촉은 불과 몇 달 전 핵위협 교환과는 완전히 대조를 이루는 것이며, 대면 만남은 무력 위협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문은 "김정은은 여전히 야만스럽게 고립된 나라의 살인적인 지도자이며, 대부분의 전문가는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의심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염두에 둔 비핵화란 부분적인 조치를 경제 보상과 안보 보장으로 맞바꾸는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NYT는 북미정상회담의 실패와 이후 선제타격 가능성을 점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취임 전 인터뷰 내용을 거론하면서 "이는 남북이 마련한 새 기회가 남과 북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도 진정성 있고 유익한 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희망의 이유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방적인 요구나 위협 대신 북한과의 진지한 협상을 끈기 있게 추진함으로써 평화를 향한 모멘텀을 계속 살려야 한다는 압박을 주고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화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처럼 충동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을 핵버튼으로부터 떼어놓는다면 세계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 날 사설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핵 프로그램 폐기의 구체적인 신호를 준 적이 없다"며 남북정상회담이 '선전'(hype)에 불과했다고 깎아내렸다.
WSJ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그것이 뭘 의미한다고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질문"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라는 요구에 저항하기 위해 사용해온 전형적인 북한의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공동 성명은 아무런 세부사항을 담고 있지 않다"며 "한국의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를 더 구체적으로 담은 성명을 내라고 압박하거나 국제 사찰단 방문 허용과 같은 구체적인 1단계 조치를 요구할 기회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확약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그의 진정성에 대한 보증인이 됐다고도 평가했다.
특히 남북 정상이 종전 선언에 합의한 것을 놓고 "동맹 약화나 주한미군 감축과 같은 다른 요구를 위한 여지를 많이 남겼다"고 우려했다.
WSJ는 또 "문 대통령은 두 나라(남북)를 통치 구조의 변화 없이 하나의 연방으로 유도하는 데 관여와 돈을 사용하는 것보다 비핵화에 대해서는 덜 신경을 쓸지 모른다"며 "이를 위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의 실수를 반복하게 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진지하지 않다면 협상장을 떠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가리켜 "그것이 올바른 입장"이라면서 "더 나은 정책은 (북한을) 불신하고 확인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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