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문가들, 북미회담 성공 위한 문 대통령 '역할론' 강조
비핵화 '빅딜' 가능성에는 신중…"북한, 핵 곧바로 포기 않을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이나 6월 개최될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러시아 전문가들은 회담 성공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론을 강조하면서도 북미 간의 완전한 비핵화 '빅딜'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를 표시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아시아전략센터 소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지는 많은 부분 문재인 대통령에게 달렸다"면서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타협할 수 있고거래할 수 있는 상대이며 만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완전한 비핵화 논의가 아니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자신의 몸값을 키우고 '판돈'을 올리려는 시도"라면서 "트럼프도 남북한 국민의 뜨거운 열망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톨로라야 소장은 그러나 북미 회담에서 최대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등에 대해 성공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관련 내용은 아주 우회적이고 모호하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나 남한이나 지금까지 줄곧 주장해온 것이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간의 완전한 비핵화는 어려우며 북한에 한동안 일정 수준의 핵전력은 남아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근 워싱턴, 제네바 등의 장소에서 만난 미국 전문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바론 그들(미국 전문가들)도 곧바로 비핵화를 이루기는 어려우며 이를 위해선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어떤 경우든 북한에 일정 수준의 핵전력은 남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톨로라야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관련해서도 "평화협정은 일차적으로 북미간 협정이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이 이를 보증해야 한다"면서 "러시아와 일본을 제외한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 합의로 견고한 평화협정이 체결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화협정에서 중국이나 한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일본을 제외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예전에도 3자, 4자 틀이 시도됐지만 성공하지 못했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견고한 구조물을 만들려면 6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렙 이바셴초프 전(前) 주한 러시아 대사도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합의들을 이행하고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선 남북한뿐 아니라 다른 국제사회 국가들의 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위해선 미국의 적대 행위가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해 확고한 약속을 하지 않는 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쉽게 동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들(북한)은 체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핵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는데 그것을 하루아침에 포기할 리는 없다"면서 "그들에겐 확고한 체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란과 체결했던 핵협정을 파기할 움직임을 보이는 미국의 행동이 북한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 체제 안전 보장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고 누가 거기에 참여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관련해선 "평화협정은 비핵화 문제와 연계돼 있는데 평양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는가"라며 역시 쉽지 않은 문제임을 지적했다.
이바셴초프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포기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만큼 최악의 경우 북미 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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