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아프리카 말라위 전 대통령이 4년간의 망명생활을 끝내고 귀국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국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두 번째로 여성대통령을 지낸 조이스 반다(68) 말라위 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요하네스버그를 떠나 말라위 상업도시 블렌타이어의 공항에 도착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2012년 빙구 와 무타리카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로 부통령에서 대통령직에 오른 반다는 당시 자신과 측근들이 수백만 달러의 국고를 유용한 것으로 의심받는 '현금 게이트(Cashgate)'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2014년 대선에서 무타리카 대통령의 동생인 피터 무타리카에게 패배해 쫓기듯 망명길에 올랐다.
반다가 2011년 여당 민주진보당(DPP)에서 나와 설립한 국민당(PP) 당원 수백 명은 이날 공항에서 "어머니가 돌아왔다. 빛이 되돌아왔다"라고 외치며 반다의 귀환을 반겼다.
반다가 입국하면 체포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지만 이날 공항에 경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앞서 반다의 대변인인 안데쿠녜 찬투냐는 반다가 도착하면 블렌타이어에서 80 ㎞ 떨어진 고향인 도마시(DOMASI)로 곧장 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지 언론은 반다가 내년 대선·총선을 앞두고 피터 무타리카 현 대통령과 모종의 협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찬투냐 대변인은 반다가 이튿날 예정된 한 정치 모임에서 연설할 예정이라며 "반다는 여전히 국민당의 대표다. 내년 대선에 나설지는 밝히지 않겠지만 우리는 그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제임스 칼레제라 경찰 대변인은 반다 체포 여부에 대해 말을 아낀 채 지난해 7월 그녀에 대해 발부된 체포 영장은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
말라위 반부패 국(ACB)은 올 초 반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부패혐의가 없다고 밝혀 일단 반다를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장관과 공무원들, 그리고 기업인들이 하나같이 유령 회사를 세워 국고를 빼내 간 현금 게이트 스캔들 이후 말라위는 국가 예산의 40%인 1억 5천만 달러(한화 1천 600억원)를 지원하던 공여국들이 떠나면서 국가 경제가 휘청거렸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국제 구호자금에 의존하는 말라위는 내년 5월 대선·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대부분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한 반다는 여러 번 귀국을 시도했으나 좌절됐고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체포 영장이 발부되면서 또다시 입국하지 못했다.
정치분석가인 헨리 칭가이페는 반다의 영향력이 이제 가늠할 수 없게 됐다며 "그녀가 내년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칭가이페는 "반다가 귀국해 평범한 일상을 지내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선에 나선다면 그녀가 속한 당은 만신창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나라를 그토록 오래 떠나 있기로 함으로써 그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라고 진단했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5월 말라위에 대한 지원을 재개하면서 8천만 달러(한화 86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제공하고 말라위가 매우 중요한 개혁 과정을 이행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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