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흑인 폭동' 26주년…'한·흑 갈등' 손맞잡고 치유한다

입력 2018-04-29 07:00  

'LA 흑인 폭동' 26주년…'한·흑 갈등' 손맞잡고 치유한다
LA 도심 평화대행진…한·흑 커뮤니티 영웅 15인씩 선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1992년 4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로스앤젤레스(LA) 시내 한인 타운인 플로런스와 놀먼디 애비뉴 교차로.
흑인 청년 로드니 글렌 킹을 집단 폭행한 백인 경관 4명에게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이 내려진 순간 성난 흑인들이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들의 분노는 백인이 아니라 한인에게로 향했다. 여기에다 한인들의 상권 확대에 불만을 품은 히스패닉계(라티노) 청년들도 가세했다.
흑인과 라티노 시위대가 한인 타운 내 상점들을 닥치는 대로 약탈했고 방화를 일삼았다.
당시 K-타운 내에 한인이 운영하던 상점 가운데 거의 90%가 약탈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적인 약탈·방화 피해를 본 한인 업소 수가 2천300여 곳, 피해액은 3억∼4억 달러에 달한다는 집계가 나왔다. 그해 5월 3일까지 이어진 폭동으로 사망자 53명, 부상자 수천 명이 나왔다.
당시 미 방송이 폭동 현장을 헬기로 생중계하면서 오히려 폭동 확산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있었고, LA 경찰국의 초기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지적도 남아 있다.
한 세기가 넘는 재미 한인 이주사에 가장 큰 상처로 남겨진 '4·29 LA 흑인 폭동'은 한·흑(韓黑) 갈등으로 표면화하면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 미국 사회에 정착해가던 한인 이주민들에게 크나큰 정신적·물질적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9월에는 사우스 LA 지역에서 또 한 번 아찔한 사건이 있었다.
한인이 운영하던 주류점(리커스토어)에서 만취 상태 고객에게 술을 파는 문제로 시비 끝에 흑인 수십 명이 몰려와 '블랙파워'(흑인의 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자칫 인종 문제로 비화할 뻔한 이 사건은 LA 한인회와 총영사관, 흑인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대화 창구를 만들어 긴급 진화에 나서면서 확산하지 않았다.
28일(현지시간) LA 한인 타운에서는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흑인·라티노 커뮤니티 지도자, LA 경찰국 수뇌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한인·흑인·라티노 커뮤니티가 함께하는 LA 국제평화대행진'이 펼쳐졌다.
김완중 주 LA 총영사도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월드스페셜연맹, LA폭동재발방지 국제평화대행진 위원회 등이 주관했다.
행진은 올림픽가와 놀먼디 교차로에서 출발해 버몬트를 거쳐 다올정으로 이어졌다. 다올정은 한인 타운 내 상징적 장소로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다민족 비즈니스 믹서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LA 한인회는 29일 LA 흑인 폭동 26주년 행사를 열어 한인·흑인 커뮤니티 간 화합과 교류의 다리 역할을 한 영웅(브리지 빌더·Bridge Builder) 15명씩을 선정해 '그날의 영웅들을 기억합니다'를 주제로 헌신을 기리는 자리를 갖는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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