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진정한 평화 오면 한국땅 다시 밟고 싶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6·25전쟁의 사선을 누비고 이제는 구순을 앞둔 터키 노병도 '판문점 선언' 소식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
이스탄불에 사는 참전용사 메흐메트 아리프 보란(89)씨는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를 비롯해 터키군 참전용사들은 한반도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소식에 기쁘기 그지 없다"고 축하했다.
그는 "이번 회담을 전기로 평화가 자리잡고 나아가 남한과 북한이 통일된다면 한국은 더욱 강한 나라로 우뚝 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1952년 4월부터 2년간 한국에서 복무한 보란씨는 '네바다(베가스) 전초' 등 격전지에서 싸우며 숱한 전우를 잃었다고 한다.
노병은 "아직도 어제 일 같다"며 참혹한 전장과 고통받는 한국인의 모습을 기억했다.
보란씨는 "우리 부대는 소(小)베가스를 사수해야 했는데, 사상자가 너무 많아 시신을 밟으며 싸웠다"면서 "전투가 끝나고서는 미군이 전염병을 막아야 한다며 시신을 다 태워 전우의 시신을 수습하지도 못했다"고 돌아봤다.
터키군은 1950년부터 1953년 사이 4차에 걸쳐 2만2천6명을 6·25전쟁에 파병했다. 휴전 이전 조직돼 직후 도착한 4차 파병 인원을 제외하면 1만6천312명이다.
1∼4차 파병 인원 2만2천여 명 가운데 724명이 전사하고 166명이 실종됐다. 파병 규모로는 유엔군 가운데 네 번째고, 전사자수는 두 번째다.
보란씨는 북한·중공군의 총칼에 숱한 전우를 잃었으면서도 최근 한반도 주변의 정세 변화에 관해 불신과 우려보다는 환영과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적군과 화해라, 이 얼마나 꿈같은 말이냐"면서 "그러나 남·북한은 형제라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협상 상대로서 북한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지적에 관해 보란씨는 "상대방이 진실을 말하는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 않으냐"고 반문하고, 신뢰를 키워가며 대화를 진행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전쟁 상태가 완전히 끝나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온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라면서 "평화가 찾아온 한국땅을 다시 밟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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