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영국 3자 전화통화…관세 막판타협 성사될지 주목
이란핵합의 추가협상 중재의사 재확인…EU내 재협상 회의론도 존재
(베를린·서울=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김정은 기자 = 독일과 영국, 프랑스 정상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취한 고율 관세조치를 거두지 않을 경우 보복조치에 나서기로 의견을 함께했다.
아울로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적극적 중재안 제시로 해결하겠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삼자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세 정상은 미국이 EU를 상대로 무역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EU는 다자간 무역질서의 틀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세 정상은 또 "미국이 대서양 연안 국가들의 이익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유럽산 제품에 대해선 내달 1일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미국이 기한까지 영구 면제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관세 부과 조처가 발효돼 EU와 미국 간 '무역전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EU는 그동안 미국에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영구적인 관세 면제 조치를 거듭 요구하고, 미국이 해당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오렌지, 청바지, 오토바이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28억 유로 상당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26일 CNBC에 EU에 양보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우리의 많은 친구가 무역 관행, 관세, 세금에 대해 일부 양보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자동차 부문의 동등한 대우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이어 "세 정상은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 다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란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기간과 다른 지역적 역할을 포함해서 추가협상의 더 넓은 틀에 관여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에 따르면 3국 정상은 이란 핵합의가 탄도미사일, 일몰조항, 이란의 불안 야기 행위 등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도록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거의 일치한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부활함으로써 핵합의가 백지화되지 않도록 미국이 요구하는 '새로운 핵합의'에 동조하면서 이란에 사실상 양보를 압박한 셈이다.
이란 핵 합의는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 간에 체결된 협정이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서방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체키로 한 합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상을 '최악'이라고 표현하며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달 12일이 시한인 대이란 제재 유예를 더 연장하지 않겠다고 해 이란 핵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번 전화통화는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지난주 각각 미국 워싱턴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과 관련해 진행됐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무역문제와 이란 핵 합의 등에 대해 이견만 확인했다.
이에 앞서 24일 마크롱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무역문제와 이란 핵 합의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EU 내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존재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이탈리아 등은 EU 측이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를 막기 위해 추진하는 대이란 추가 제재안에 반대하고 있다. EU가 추가 조치를 취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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