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이란 정부가 '국민 메신저'격인 텔레그램을 본격적으로 제한하자 이에 항의하는 구호 등을 지폐에 손글씨로 쓰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트위터 사용자들은 "지폐야말로 검열을 받지 않는 메신저", "나는(정부) 전복주의자" 등의 구호가 적힌 지폐를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지난 28일 이후 8천 명이 이를 지지하는 내용의 해시태그(#Onehundredthousand_talking_banknotes)를 달았다고 BBC는 전했다.
한 트위터 메시지는 이같은 '지폐 메신저' 시위가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서 소셜미디어와 사회를 연결해주는 가교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폐에 적힌 구호는 지난해 말 전국적인 반정부·반기득권 시위 당시 등장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올해 초 한 여성이 히잡을 막대기에 걸어 히잡 반대 운동을 했던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지폐도 있었다.
이란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위가 벌어질 당시 텔레그램은 시위를 조직하고 지방의 상황을 전파하는 등 정보를 교류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200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유튜브, 페이스북을 포함한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차단했으나 일반인들은 가상사설망(VPN)이나 프록시 서비스 등을 통해 우회 접속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주 '국익보호와 소셜미디어 독점 종식'을 이유로 텔레그램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정부 기관 등의 공무원들도 사용이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란 내에서 텔레그램의 전면적 차단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외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인구의 절반인 약 4천만명이 텔레그램을 이용한다.
이란 정부 당국은 텔레그램 대신 '수루시'(메시지를 전달하는 천사)와 같은 자국산 메신저 앱을 장려하지만 보안이 취약하고 서비스가 종종 중단돼 인기가 없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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