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아비'라며 추행…1개 혐의는 2심서 친고죄 여부 다시 판단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여성 신도들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된 목사가 대법원에서도 혐의 9개 중 8개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았다.
다만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親告罪)가 폐지된 시기와 비슷하게 발생한 성추행 범죄사실 1가지는 범행 시점을 구체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어 다시 2심 재판이 열린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30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청주의 한 교회 담임 목사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9개 공소사실 중 8개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폭행·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혐의 내용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2013년 여름께 발생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친고죄 고소 기간을 준수했는지 살펴봤어야 했는데도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강제추행죄는 원래 피해자가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였는데, 2013년 6월 19일 친고죄 규정을 삭제한 개정 형법이 시행되면서 피해자 고소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
대법원이 이번 사건의 2심을 다시 하라고 한 것은 2013년 여름께 발생했다는 A 목사의 강제추행 혐의 사실이 2013년 6월 19일 이전 일인지, 이후 범행인지 구체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A 목사는 2015년 5∼9월 교회에서 금지한 이성 교제를 했다는 이유로 대학생인 여성 신도를 교회 예배실 등으로 불러 7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3년 여름 예배에 빠졌다는 이유로 미성년자인 여성 신도를 예배실로 불러 2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신앙심이 깊었던 것으로 조사된 피해자들은 "나는 네 영적 아비니 괜찮다"는 A 목사의 말에 반항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심은 "성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채 자신의 영적 권위를 존중하고 믿었던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9차례 강제추행 중 1개의 혐의에 친고죄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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