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재독동포 단체인 풍경세계문화협의회(대표 이은희)는 올해 광복절을 맞아 독일 본에 있는 여성박물관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이 단체는 소녀상 건립을 위한 첫 행사로 28일 프랑크푸르트 프로잉에스하임에 있는 교회에서 모금 마련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연에는 30∼40대의 재독동포와 독일인들이 참가했다"며 "현장에서 275유로(35만 원 정도)밖에 모이지 않았지만, 소녀상을 건립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소녀상 건립에 이은 국제심포지엄 행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7만 유로(9천62만 원 정도)를 책정했다고 한다.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것과 동일한 작품으로, 당시 이를 조각한 작가인 김서경·김운성 부부가 제작하기로 했다. 청동으로 만든 의자에 한복을 입은 단발머리의 소녀가 앉아있는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해 세운 조형물이다.
소녀상 건립에는 여성박물관 당국과 캘리포니아주 LA 북부 글렌데일에서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소녀상을 세운 가주한미포럼, 독일 개신교 헤센나사우 교구 라인마인노회 한국위원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이 대표는 "앞으로 100여 개 한인 단체와 한인 기업에 모금을 독려하는 호소문을 배포할 계획"이라며 "이번에 건립할 소녀상이 비문 없이 미완의 상태로 독일 남부도시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 서 있는 유럽 최초 평화의 소녀상을 대신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파빌리온 공원 소녀상은 수원시민의 성금과 현지 동포들이 힘을 합쳐 지난해 3월 8일 세웠다. 그러나 제막식 보도 이후 일본 뮌헨 총영사가 공원의 최고 책임자를 찾아가 철거를 요구했고, 이후 폭탄 메일과 전화가 쇄도하자 당초 예정했던 2개의 비문은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당시 건립추진위는 먼저 소녀상을 세우고 제막식을 치른 뒤 비문을 세우기로 하고 비문 하나에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미래 방향을 정한 글, 다른 하나에는 소녀상에 자세한 설명을 담았었다.
유럽 첫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던 재독동포들은 소녀상이 왜 거기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완성' 형태를 보면서 안타까워하다가 비문과 함께 소녀상을 다시 세우기로 결의하고 지난해 12월 풍경세계문화협의회를 발족했다.
현재 독일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등지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지만, 건립 때마다 일본의 반대가 심해 장소가 갑자기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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