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땐 이민자 불러놓고 이제는 추방?…영국 내무 전격 사임

입력 2018-04-30 11:36  

필요할 땐 이민자 불러놓고 이제는 추방?…영국 내무 전격 사임
수십년 체류 카리브해 이민자 겨냥…거짓말 의혹 겹쳐 낙마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에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노동력 부족 해결을 위해 초청받아 이주해온 약 50만명의 카리브 해 출신 주민들, 소위 '윈드러시(Windrush) 세대'가 있다.
영국 정부가 이들이나 후손 일부를 불법 이주자로 간주하면서 의료서비스와 연금 등 각종 혜택에서 배제하고 심지어 특정 목표치를 두면서 추방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할 부서의 총책임자인 내무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앰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저녁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사임 의사를 전달했고, 총리가 이를 수락했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러드 장관은 애초 다음날인 30일 의회에 출석, 윈드러시 세대의 처리 문제와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할 예정이었다.
이번 논란은 약 2주 전 윈드러시 세대와 그 가족들이 영국에서 수십 년간 거주했음에도 행정적 부주의로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고 추방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롯됐다.
러드 장관은 논란이 불거지자 바로 "실수"라며 사과하고 시민권 제공과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간 가디언이 러드 장관이 지난해 메이 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 러드 장관이 앞서 의회에서 거짓으로 진술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그에 대한 사임 압력이 거세졌다.
"추방 목표치 설정은 없었다"는 러드 장관의 의회 진술과 달리 이 서한에서는 "야심 차지만 실현 가능하다"며 10% 강제 추방이라는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설정됐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드 장관이 의회 출석을 앞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 사임이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메이 총리가 2010년부터 2016년 총리 취임 전까지 내무장관으로 재직했고, 이미 그 당시에 윈드러시 세대를 차별하는 문화와 정책이 수립됐다며 메이 총리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윈드러시 세대는 1948∼1970년 자메이카,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포함한 지역에서 이주자를 싣고 처음으로 떠난 선박인 '엠파이어 윈드러시'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수십 년간 영국 내에서 세금을 내며 살아온 이들과 이들의 가족이 2012년 불법 장기체류를 막기 위해 강화된 규정으로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정작 여권이나 시민권을 정식으로 발급받지 못한 채 계속 거주해왔으나, 내무부는 관련 기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는 증명 책임을 떠넘겼다.
결국, 갑자기 불법 이민자로 분류된 윈드러시 세대와 그 가족은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 암에 걸렸음에도 치료가 거부당하거나 영국에서 40년을 거주했지만, 갑자기 일자리를 잃는 경우도 발생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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