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카드 아닌 신용·교통카드로도 투입구 문 열려
(남양주=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최근 작업자 1명이 배관으로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남양주 별내신도시 내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은 인식 시스템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양주시도 지난해 9월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한 뒤 제조업체에 대책을 요구했으나 최근까지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이 시설은 아파트 단지 안팎에 설치된 지상 투입구에 쓰레기봉투를 넣으면 집하장에서 자동으로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주민들은 가구별로 지급된 RF(Radio Frequency) 방식의 전용 카드로 봉투의 크기 또는 쓰레기 종류 등에 따라 정해진 투입구 문을 열고 쓰레기봉투를 버린다.
별내신도시에는 이 같은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 투입구가 1천61개 설치됐다.
문제는 투입구 문이 전용 카드가 아닌 일반 교통카드나 신용카드에도 반응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투입구는 휴대전화를 대도 투입구 문이 열린다.
남양주시는 지난해 9월 상당수 투입구에 이런 문제점이 있는 것을 파악한 뒤 제조업체에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투입구가 갑자기 열려 사고가 나지 않을까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별내신도시에서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을 점검하던 작업자가 배관 안으로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자 이 같은 불안은 더 커졌다.
남양주시는 사고 직후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으며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 가동을 중단시켰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RF카드가 주파수를 이용하는 방식이라 교통카드나 신용카드에서 같은 주파수가 나오면 투입구 문이 작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제조업체에 개선 방안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민들의 사고 우려에 대해 "이 시설은 쓰레기봉투를 넣으면 저장했다가 특정 시간에만 집하장으로 빨아들이는 방식"이라며 "쓰레기봉투를 흡입하는 동안에는 투입구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사망사고는 이 시설 배관에서 공기가 새는 문제가 있어 원인을 파악하느라 수동으로 흡입장치를 작동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시설 위탁관리운영업체 소장과 팀장 등을 불러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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