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고분한 이란' 원하는 미국, 빳빳하게 버티는 이란

입력 2018-04-30 20:04  

'고분고분한 이란' 원하는 미국, 빳빳하게 버티는 이란
미 핵합의 철회, 이스라엘 군사 위협 '양면 압박'
이란 핵활동 재개시 군사 충돌로 비화할 수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2015년 7월 역사적 핵협상 타결로 진정되는 듯 했던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란을 '통제 가능한' 정권으로 길들이려 하는 미국과, 이에 호락호락 굴할 뜻이 없는 이란이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정면으로 충돌하기 직전이다. 1980년 4월 국교 단절 뒤 앙숙으로 지낸 양국이 사실상 처음 성사한 핵협상을 놓고서다.
양측의 주장이 워낙 강경하고 완고해 퇴로가 열릴 가능성은 현재로썬 상당히 낮아 보인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최악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는 이란을 더 제약하는 내용을 포함해 이를 고치지 않으면 핵합의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이란은 '낙장 불입'이라면서 일점일획도 손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핵협상에 직접 참여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3개국이 핵합의를 유지해보려고 중재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새로운 핵합의'로 불리는 유럽 측이 내놓은 이 중재안은 엄밀하게 따지면 '중립'은 아니다. 이란 탄도미사일 개발 감시, 핵프로그램 제한의 시한 폐지, 이란의 중동 내 갈등(시리아와 예멘 내전) 개입 중단과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런 중재안을 이란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이를 제안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했다.
핵합의 수정을 둘러싼 양측의 첨예한 갈등은 정치·외교적 충돌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군사적인 휘발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향후 중동 정세에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로 완화된 대이란 제재의 대부분을 다시 유예할지 다음달 12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이날이 핵합의의 운명이 결정되는 시한인 셈이다.
이란은 미국이 제재를 되살리면 핵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멈췄던 핵프로그램을 즉시, 더 높은 수준으로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 핵프로그램을 재개한다는 것은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하기 위해 농축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목표로 한 우라늄 농축을 선언하면 이스라엘이 즉각 반응할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은 이미 1981년과 2007년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이라크와 시리아의 핵시설을 폭격한 이력이 있는 곳이다. 특유의 '예방 공격'이라는 국방 원칙을 내세워 이란을 겨냥해서도 핵시설을 폭격하겠다고 수차례 위협했었다.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군이 주둔했다는 이유로 시리아 군사기지를 공습해 실제로 이란군 장교가 폭사하기도 했다.
이란의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란이 핵활동을 재개하면 핵무기를 보유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위협이 높아질수록 이란도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을 전위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 이란과 우호적인 예멘 반군의 사우디에 대한 미사일 공격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동 정세를 종합하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EU가 이란의 반발을 감수하고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제재를 대폭 강화해 미국이 핵합의의 틀을 깨지 않고 대이란 제재를 계속 유예하는 정도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9일 이란을 테러리즘 지원국가로 지목하면서 예멘 반군이 사우디에 쏘는 탄도미사일이 이란산이라고 주장을 강조했다. 미국이 현재 가장 문제삼는 문제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임박한 데드라인인 5월12일 미국이 제재 유예를 연장한다고 해도 미국 국내법상 대이란 제재를 부활할 또 다른 시한이 3∼4개월마다 한 번씩 도래하는 탓에 핵합의는 시한부로 연명하게 된다.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의 삼각 동맹에 둘러싸인 이란은 '진지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제재를 부활해 원유 수출이 다시 막히는 위기 상황을 대비해 외화의 유출을 최대한 줄이고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달러 의존도를 최소화하려고 반미 진영인 중국, 러시아, 이웃국가 터키와 달러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 통로를 구축했다.
핵합의가 백지화될 때 전장이 될 시리아엔 군사 지원을 더 하겠다고 밝혔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