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죄송, 죄송, 죄송"…박창진 前사무장 "범죄자 감옥으로"

입력 2018-05-01 10:32   수정 2018-05-01 13:33

조현민 "죄송, 죄송, 죄송"…박창진 前사무장 "범죄자 감옥으로"

조 전 전무 고개 숙이고 '죄송' 여섯 번 되풀이
강서서 앞 대한항공 기장·민중당 서울시장 후보 등 항의시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지헌 기자 = 1일 오전 9시 56분께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 정문에 최근 '물벼락 갑질'로 국민적 공분을 산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세단을 타고 온 조 전 전무는 변호인인 부장검사 출신 박은재 변호사와 함께 내렸다. 조 전 전무는 검은색 구두, 정장, 티셔츠에 검은색 가방을 든 모습이었다. 가방에 두른 머플러로 보이는 모직물만 회색이었다.
조 전 전무는 포토라인에 서기에 앞서 익숙하지 않은 듯 두어 차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설 자리를 찾는 등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초췌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 그는 '유리컵을 던진 것과 음료를 뿌린 것을 인정하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고 허리를 2초가량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밀쳤다고만 했는데 이는 갑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고, 다른 질문에는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질문에 같은 답변을 반복하다가 잠시 울먹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찰서로 들어가기 직전 한 번 더 허리와 고개를 숙였다. 처음 숙일 때 움직임보다 더 깊고 길었다.
그는 취재진 질문을 듣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간간이 끄덕이기만 하면서 대답했다.
조 전 전무는 "죄송하다"는 말을 모두 여섯 차례 하고서 도착 2분 만인 오전 9시 58분께 조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 전 전무가 탄 차가 경찰서로 들어올 때 경찰서 입구에서 시위 중이던 민중당 당원들이 피켓으로 차를 두드리자 경찰이 제지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조 전 전무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할 때 경찰서 외곽에서는 "조현민은 물러가라" 등 구호가 나왔다.
과거 재벌가 자녀들이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를 받거나 처벌받은 전례는 더러 있었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출석하는 일은 이례적인 만큼 강서서 앞에는 일찍부터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현장에는 일본 등 외국 매체들도 나와 출석 모습을 취재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녀가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조 회장의 큰딸인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2014년 12월 17일 서울 서부지검에 출석한 바 있다.
경찰은 또 조 회장 부인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과 관련한 폭로가 이어지자 이와 관련한 내사도 진행하고 있어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이 이사장도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사는 경찰이 정식 수사에 들어가기 전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검토하는 절차다.
한편 이날 강서서 앞에서는 대한항공 직원의 1인 시위도 있었다. 대한항공 A380 여객기 기장인 이건흥(49)씨는 "조 전 전무가 퇴진 이후에 회사에 다시 복귀해서는 안 된다"며 "무능하고 부도덕한 사람이 경영에 복귀하는 것을 막으려면 조속히 경제민주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였던 대한항공 박창진 전 사무장도 강서서 앞에서 '사과는 당사자에게, 범죄자는 감옥으로'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는 조 전 전무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현민 폭력 갑질로 드러난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과 횡포는 직원들에 대한 인권모독을 넘어,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며 조 전 전무에 대한 긴급체포와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강서서는 청사 주변 곳곳에 경찰력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김진숙 후보는 지난달 13일 조 전 전무를 특수폭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조 전 전무는 지난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A광고업체 팀장 B씨가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조 전 전무를 상대로 당시 문제가 됐던 광고업체와 회의에서 사람을 향해 유리컵을 던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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