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앞쪽 차체 모두 구겨져…가드레일 끊어지고 가로수도 뽑혀
(영암=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편도 2차로 도로 중심부에서 시작된 스키드마크는 30m가량 짧은 궤적을 도로 표면에 새긴 채 끊어진 가드레일까지 이어졌다.
엿가락처럼 구부러지다 못해 가드레일이 끊어져 버린 지점에는 가지가 몽땅 부러지고 껍질까지 벗겨진 소나무가 뿌리를 드러내며 쓰러져 있었다.
주인과 짝을 잃은 고무 슬리퍼는 버스 밖으로 퉁겨져 나와 도로변에 유리 파편과 함께 어지럽게 널브러졌다.
버스에서 통째로 떨어져나온 유리창은 쓰러진 소나무 위로 휴짓조각처럼 걸쳐졌다.
처참한 사고 현장 한복판에는 도로를 벗어나 경사지로 추락한 25인승 미니버스가 고꾸라져 있었다.
곳곳이 구겨진 차체는 후미가 진행 방향을 향해 180도 가까이 회전했다.
운전석에서 떨어져나왔을 내비게이션 단말기는 고정 장치에 유리조각을 매단 채 주변 밭고랑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1일 오후 전남 영암 신북면 주암삼거리 인근 도로에 남겨진 흔적은 긴박했던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친 소방관은 이미 숨진 것으로 보이는 여러 명이 운전사와 함께 버스 안에서 의식 잃고 쓰러져 있었다고 도착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상자 일부는 버스에서 스스로 탈출해 도로변에 쓰러져 있었다.
이들은 사고 충격 때문에 열린 것으로 보이는 버스 문과 깨진 창문을 통해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5시 21분께 발생한 교통사고로 현재까지 8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에는 버스와 충돌한 코란도 승용차도 있었지만, 승용차 탑승자와 운전자 4명은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경찰 관계자는 "불필요한 추측을 낳을 수 있어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까지 개인적인 의견을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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