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약세에 매매가와 격차 커져…강남구는 50%대 붕괴 초읽기
강남권 등 일부 역전세난 조짐…갭투자자 비상, 세입자 피해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두 달 이상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강북 서민 아파트 단지를 대표하는 노원구와 도심의 인기 주거지로 떠오른 마포구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하 전세가율)이 약 3년 만에 70%대에서 60%대로 내려왔다.
서울 강남구의 전세가율은 '50%'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4월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66.2%로, 3월(67.2%)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주택시장 침체기인 2015년 2월 66.8%를 기록한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저치다.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의 전세가율이 지난달(70.3%)보다 하락한 69.5%를 기록하며 2015년 5월(69%) 이후 처음 60%대로 떨어졌다.
노원구의 경우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 이후 최근 매매가격이 약세로 돌아섰으나 전세가격이 매매가보다 더 많이 내리면서 전세가율이 60%대로 하락했다.
일명 '마용성'으로 불리며 도심의 인기 주거지로 부상한 마포구의 전세가율도 68%를 기록하며 2015년 3월(69.5%) 이후 3년 만에 70% 아래로 내려왔다.
마포구의 전세가율은 2016년 7월 79%를 기록하는 등 지난 3년간 줄곧 70%를 웃돌아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갭투자'가 기승을 부렸다.
전셋값이 높다 보니 전세를 끼고 3억∼4억원만 있으면 중소형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할 수 있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대거 가세한 것이다.
마포구는 최근 전셋값 상승폭이 크게 둔화한 가운데 매매가격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또다른 도심 인기 지역인 용산구는 전세가율이 54.4%로 비강남권 가운데 가장 낮았고 성동구는 65.1%로 4년여 전인 2014년 1월(65.1%) 수준으로 전세가율이 내려갔다.
성동구의 전세가율은 2016년 4월에 81%까지 치솟았다가 한강변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 입주와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사업 등의 개발 호재로 매매가격이 급등한 반면 전셋값은 최근 약보합세를 보이면서 하락한 것이다.
서울 25개 구를 통틀어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성북구도 2015년 6월 84.5%를 찍은 뒤 올해 2월까지 줄곧 80%대를 유지했으나 4월 현재 77.7%로 떨어졌다. 이로써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구는 한 곳도 없다.
최근 전셋값 하락이 상대적으로 가파른 강남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0%대 유지도 버겁게 됐다.
지난달 강남구의 전세가율은 전월(51.4%) 대비 0.8%포인트 하락한 50.6%를 기록하며 조만간 40%대로 떨어질 분위기다.
또 서초구의 전세가율이 53.6%, 송파구는 54.1%를 기록하는 등 최근 송파 '헬리오시티' 등 새 아파트 입주 여파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는 강남권의 전세가율이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
실제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4구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평균 1.58% 하락했다.
국민은행이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달 전세거래지수도 15.8을 기록하며 기준점인 100에 훨씬 못 미쳤다.
그만큼 전세거래가 한산하다는 의미다. 향후 전세가격 전망을 묻는 '전망지수'도 89.2로 기준점(100)보다 낮아 전셋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전세가율이 하락하면서 지난해까지 기승을 부렸던 갭투자 수요가 많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가율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자기 자본 부담이 커지며 사실상 갭투자가 힘들다고 봐야 한다"며 "최근 양도소득세 중과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집값 상승폭이 한풀 꺾였고, 일부 단지는 매매가도 하락하고 있어 당분간 갭투자 자체가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역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송파구와 서초구 일대에는 최근 전세 수요 감소로 전셋값이 1억∼2억원씩 하락해도 세입자를 찾지 못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전셋값이 하락하면 무주택 서민들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샀거나 기존에 임대를 놓고 있는 집주인들이 역전세난으로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면 세입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해진다"며 "당분간 수도권에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셋값 약세가 예상되는 만큼 세입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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