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노동절 전야부터 경찰과 설치 여부를 놓고 이틀간 대치가 벌어진 부산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촛불'을 든 첫 노동자상이다.
2일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노동자상은 일본 군함도에서 강제 노역한 조선 노동자들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
청동으로 만들어졌으며 무게는 1.2t, 높이는 1m 90㎝이다.
두발을 탄광에 담그고 오른손에는 낫을, 왼손에는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손지연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4개의 노동자상이 건립됐지만 이번 노동자상은 '촛불'을 든 최초의 노동자상인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일본 강점기 총칼을 든 군인에 맞서던 선배 노동자들과 적폐 정권을 퇴진시킨 후배 노동자를 이어주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의미의 촛불이다"고 말했다.
동상은 큰 키에 비해 무척이나 마른 모습이다.
탄광의 좁은 굴을 기어 다니느라 윗옷은 온데간데없고 배가 고파 허덕이며 갈비뼈가 고스란히 드러난 노동자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하지만 궁핍함 속에서도 일제에 항거하는 표정만큼은 결연하다.
노동자상 아래는 '우리는 이 땅 노동자들의 비통한 울음소리를 기억합니다. 그들의 억울함을 그냥 덮어버리지 않길 바라며 평화가 꽃피는 봄을 꿈꾸는 시민들의 뜻을 모아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운다'는 비문이 새겨졌다.
작품은 김서경·김윤성 부부가 만들었다. 일본 단바 망간 광산 앞 노동자상과 서울 용산역, 인천 부평공원에 설치된 노동자상 모두 이들 부부 작품이다.
건립특위는 당초 노동자상을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바로 옆에 세운다고 예고해왔다.
하지만 외교부와 경찰이 영사관 앞 동상 설치는 국제적 예우에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건립특위가 노동절 전야에 기습 설치를 시도했지만 경찰에 막히며 이틀간 대치를 벌였고 현재는 한발 물러서 영사관 후문에서 20여m, 소녀상에서 65m 떨어진 인도에 노동자상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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