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맥도날드 방화·200명 체포…미국 곳곳 '반이민정책' 반대
푸에르토리코선 긴축정책 반대…아바나 혁명광장에 90만명 운집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동시에 각국 상황에 따른 정치적 목소리도 어우러졌다.

가장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곳은 프랑스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리에서는 검은 재킷과 복면을 한 시위자 1천200여 명이 거리로 나와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봉기하라 파리여", "모두가 경찰을 싫어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노동 유연화 정책과 대입제도 개편, 국철 개편 등에 항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이후 노동 유연화 방안을 담은 노동법 개정을 일단락한 데 이어, 올해에는 프랑스 철도공사(SNCF) 임직원의 복지혜택을 삭감하는 국철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시위대는 맥도날드 매장에 불을 지르고 자동차 판매장에 세워진 차량을 불태우기도 했다.
경찰은 이에 맞서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또 방화 등의 혐의로 200여 명을 체포했으며, 3명은 불법 무기를 소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폭력 시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14만3천 명(정부 추산)이 노동절 행진에 참가했다.
호주를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시위대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며 주도자 색출과 처벌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이민자 단체를 중심으로 집회가 열렸다.
뉴욕에서부터 조지아,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노동자와 이민자들의 권리 향상을 요구했다.
이민자 권리 옹호 단체들은 기존에도 노동절 집회에 참석해 이민자 법적 지위 향상 등을 요구해왔다. 올해는 특히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자 우호 정책의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을 겨냥한 낙선운동 성격까지 가미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자본주의와 무기 수출, 인종주의 반대를 외치는 좌파주의자 수천 명이 운집했다.
참가자들은 쿠르드족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의 깃발을 흔들면서 행진했다. 경찰은 과격시위에 대비해 5천300여 명을 배치했으나, 상대적으로 조용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수천 명이 연금 축소, 학교 폐쇄와 같은 정부의 긴축재정과 허리케인 피해 복구 지연 등에 항의해 거리 행진을 벌였다.
교사, 퇴직자 등 수천 명의 시민을 비롯해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의 율린 크루스 시장도 집회에 동참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오랜 경기침체와 심각한 국가부채에 시달려왔으며, 작년에 허리케인이 강타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지 8개월이 지났는데도 전력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3만여 명이 어둠 속에서 지내고 있다.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젊은층이 가세하면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집회 해산을 시도했고, 부상자도 나왔다. 경찰은 최소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를 맞은 쿠바에서는 90만 명이 아바나 혁명광장에 모였다.
이날 행사는 쿠바 노동자연맹의 주관 아래 '단결, 헌신과 승리'를 주제로 열렸으며, 참석자들은 쿠바 국기와 함께 '우리 사회주의를 위한 단결', '피델 만세'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가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의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 건재함을 과시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