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민 세금으로 GM 지원…납득 안되는 게 많다

입력 2018-05-02 11:15  

[연합시론] 국민 세금으로 GM 지원…납득 안되는 게 많다

(서울=연합뉴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한국GM에 자금을 지원키로 했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GM 본사는 신규자금으로 36억 달러(3조9천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신규자금 7억5천 달러(8천억 원)를 공급한다. 최대주주도 아닌 산업은행이 비교적 큰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해도 되는지 의문스러운 구석이 꽤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자금을 쏟아부어도 한국GM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다.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파동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지난달 한국GM의 내수시장 판매는 5천 대 안팎에 그쳤다. 석 달 연속 반 토막이다. 한국을 떠날 수도 있는 GM 차량을 외면하는 국내 소비자들 반응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GM은 외국 소비자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19년과 2022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다는 신종 차량마저도 잘 팔린다고 장담할 수 없다. 부평공장에 스포츠유틸리티(SUV)를, 창원공장에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다목적차량)를 배정한다는 계획인데, 이들 차량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충분하다는 근거가 분명치 않다. GM 본사는 한국 외에도 인도, 중국,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 경쟁력을 갖춘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한국GM에 자동차의 생산을 지속해서 맡길지 불확실하다.

이런 걱정 때문에 산업은행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분야의 차종을 한국에서 만들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기술 차종은 GM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분야여서 수용된다면 장기간 생산체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GM 본사는 들어주지 않았다. 한국 공장의 경쟁력과 시장성을 의심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GM이 4∼5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GM은 적어도 10년간 한국에서 생산체제를 유지한다고 약속했다고는 하나 공장에서 만들어낸 상품이 안 팔린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신규자금 지원 방식도 상식적이지 않다. GM은 신규 투입자금 36억 달러 전액을 출자가 아닌 대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반면에 산은은 신규 투입금 전액을 출자로 넣는다고 한다. 주식지분이 83%에 달하는 최대주주는 이자를 받아갈 수 있는 대출로 공급하고, 지분 17%의 산업은행은 이자가 없는 출자 방식으로 자금을 수혈한다는데 국민이 어떻게 납득하겠는가. 출자는 대출과 달리 회사가 청산될 경우 한 푼도 못 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산은에 불리한 방식이다. GM은 신규 투입자금 가운데 8억 달러는 출자전환 조건부 대출이라고 하지만 GM의 주식지분을 고려하면 궁색한 설명이다.

GM은 완전 자본 잠식에 따른 차등 감자(자본감소)가 필요하다는 산은의 요구도 거절했다. 부실경영으로 자본금이 완전히 바닥났으면 최대주주가 그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산은에는 당초 예상보다 3천억 원 많은 8천억을 출자하라고 했다. GM이 이렇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산업은행이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놀랍다.

산업은행이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GM에 끌려다니고 있는 듯하다. 한국GM 협력사들까지 포함해 15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산업은행이 협상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실기업에 이런 식으로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와 납세자인 국민을 위한 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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