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 증거물 경찰 분석중이라 못 내"…변호인 "재판 지연 전략" 공방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보배 기자 =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49)씨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혐의를 자백하며 선처를 호소해 가급적 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씨는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묻자 "네 인정합니다"라고 짤막이 답했다. 구속 상태인 김씨는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김씨의 변호인도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변호인은 "네이버 로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손으로 입력하는데 소위 귀찮아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뿐"이라며 "손으로 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서 실질적으로 네이버에 크게 업무상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혐의를 모두 자백하는 만큼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구했다.
검찰은 그러나 "공범에 대해 구속 수사 중이고, 범행 동기도 계속 수사해서 추후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시할 예정"이라며 다음 기일을 한 달 뒤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증거로 신청한 압수물 대부분을 현재 경찰이 분석중"이라며 "이들 압수물이 아직 검찰에 송치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서는 증거 분리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에 "기소한 지 2주가 넘었는데도 증거 목록을 제출하지 못했다는 데 의구심이 든다"며 "재판을 지연하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이미 조사는 다 됐고, 공소사실도 다 인정하는 취지이기 때문에 재판을 신속히 해주면 좋겠다"고 거듭 요구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장은 검찰에 신속한 증거 준비를 요구했다.
재판장은 "자백 사건에서 증거 분석을 이유로 증거 제출이 늦어지는 건 재판부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오는 16일 재판에서 증거 목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재판장은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건이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자체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구속 피고인에 대한 인신 구속은 절차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씨는 지난 1월 17일 밤 10시께부터 이튿날 오전 2시45분까지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 네이버에 게재된 뉴스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에 집중적으로 '공감'을 클릭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기소됐다. 공범 두 명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네이버 정보처리장치에서 운용되는 통계 집계 시스템의 통계자료를 잘못 인식하게 해 네이버 측의 댓글 순위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추가 혐의에 대해선 현재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 일당이 이미 기소된 평창올림픽 기사 외에도 인터넷 공간에서 불법적인 방식으로 댓글 여론조작을 벌였는지 수사 중이다.
특히 작년 19대 대선 이후 김씨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인사청탁을 한 경위, 김 의원의 보좌관이던 한모(49)씨가 지난해 9월 드루킹이 운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핵심 회원인 김모(49·필명 성원)씨에게서 500만원을 받은 경위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