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연애 다룬 북한소설들을 만난다

입력 2018-05-02 15:47  

이혼·연애 다룬 북한소설들을 만난다
백남룡 '벗''60년후', 남대현 '청춘송가 1·2' 등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부부 이혼, 청춘 연애, 노동자 생활 등 북한 인민들 삶의 모습을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는 현대 북한소설이 잇따라 우리 서점가에 나온다.
출판사 '아시아'는 아시아문학선 시리즈 16∼20번째 책으로 북한 대표 작가 백남룡의 '벗'과 '60년 후', 남대현의 '청춘송가 1·2', '북한단편소설선'을 이달 안에 잇따라 출간한다.
소설가이자 아시아문학선 기획위원인 방현석 중앙대 교수는 2일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문학선은 서구 중심 문학에서 벗어나 아시아 작품 중 꼭 읽을만한 작품을 소개하자는 취지로 그동안 15권을 펴냈는데, 비어있던 공간이 북한문학이었다"며 "5년 전부터 준비하다 미뤄둔 작품들을 이제 읽어볼 때가 됐다고 판단해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북 관계 경색으로 출간 시기를 잡지 못하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출간을 실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방 교수는 이어 "이 소설들에서 북한사람들이 어떤 작품을 사랑하고 좋아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북한사회의 생활상이나 가치 체계, 어떻게 연애하고 결혼하는지, 이혼할 때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등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상임이사이자 6·15민족문학인협회 남측 집행위원장인 소설가 정도상도 이 자리에 나와 "조금 늦긴 했지만, 아시아문학선 안으로 북한이 들어오게 됐다는 건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라며 "크게 봐서 북한은 우리와 함께 '코리아어문학', '겨레말 문학'으로 묶이는데, 이번에 아시아문학 범주로 포함한 것을 기반으로 북쪽 작가를 아시아와 세계에 소개하는 일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을 수차례 방문한 그는 "북한에도 생활밀착형 소설이 있고, 인기 있는 작품은 이런 생활밀착형 소설인 것 같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거치고 앞으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북한문학이 소중하게 지켜온 걸 더욱더 발전시킬수 있도록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출간된 '벗'은 북한에서 1988년 발표된 장편소설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TV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예술단 여가수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을 둘러싸고 법원 판사가 이 부부의 상황을 세세히 살피며 자기성찰을 하기도 하는 내용이다. 소송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도의 고위 간부 등 관료주의를 전면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있다. 이 소설은 2011년 프랑스에 번역 출간돼 상당한 관심을 모았으며, 현지에서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코리아 소설'로 알려졌다.
정 작가는 "남쪽 잣대로 보면 좀 낯선 점들이 많은데, 이 지점을 북한문학이 가진 특징으로 선하게 해석해줬으면 좋겠다. 북한문학은 '주체문학'으로서 정치성이 있고 이것이 문학의 내적 균형을 깨트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런 균형을 잘 살려내는 사람이 북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 같다. '벗'은 이혼 문제를 법원 판사가 섬세하게 다루면서 삶의 진정한 벗이 누구인지 질문하는, 공동체 지향의 가치와 철학이 담긴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방 교수는 "'벗'은 제목 자체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벗을 북에서는 이데올로기적 호칭으로 기울어진 '동무'로, 남쪽에서는 이해관계가 있는 '친구'란 말로 대체했는데, 작가는 인생을 올바로 살아갈 수 있도록 무한히 돕는 존재란 의미로 인간의 보편적 가치 측면에서 접근했다"며 "벗의 의미를 대중적으로 넓게 환기해준 작품"이라고 평했다.
'청춘송가'는 북한에서 청년들의 연애 교과서로 불리는 소설이라고 한다. '60년 후'는 오랫동안 공장 지배인으로 일한 주인공이 지배인에서 해임돼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소설들은 우리나라에서 1992년 판권 계약 등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적판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출판사 측이 북한의 모든 문학작품 구매 우선협상권을 가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과 협의 아래 판권 구매 대금과 인세 등을 공탁한 뒤 재단 측이 나중에 통로가 열리면 북측에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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