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사형구형 벌써 5명…사형집행 안되는데 왜?

입력 2018-05-0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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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사형구형 벌써 5명…사형집행 안되는데 왜?
검찰 올해부터 살인죄+강력범죄 결합시 구형량 상향
'이판사판'식 범죄자 많아 범죄예방 효과는 미지수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행을 했다는 것을 피고인이 깨닫게 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110호 법정에서 이른바 '용인 일가족 살해사건'의 피고인인 김성관(36)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이유를 이 사건의 수사검사가 단호하게 밝혔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유족들은 앞으로 얼마나 고통을 겪어야 할지 등을 고려해 판결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처럼 살인 등 강력범죄에 대한 검찰의 단죄 의지는 추상같다. 의지도 의지려니와 제도적으로도 강력한 장치가 추가됐다.
검찰은 살인죄에 미성년자 납치나 성폭행 등 강력범죄가 결합한 경우에 무기징역을 기본으로 최대 사형까지 구형하도록 구형량을 가중하는 내용의 '살인범죄 처리기준 합리화 방안'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구형기준의 적용 대상은 강력범죄가 결합한 경우에 더해 피해자가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약자나 여성일 경우와 금전적 이익을 노리거나 보복, '묻지 마' 살인 등 인명 경시 성향이 강한 경우 등이다.
이에 따라 올해 현재까지 살인죄 피고인 4명과 서울 종로의 여관에 불을 질러 7명을 숨지게 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로 재판에 넘겨진 유모(53) 씨 등 5명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10명에게 내려진 사형구형 건수의 절반이 이미 4월중 채워진 것이다.


이 가운데 김성관은 재가한 어머니와 계부 등 모두 3명을 살해해 굳이 새 구형기준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기존 사례에 비춰 사형구형이 이뤄졌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양평 전원주택 살인사건'의 피고인 허모(42) 씨 등 나머지 3명에게는 바뀐 구형기준이 적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허 씨는 지난해 10월 25일 경기도 양평군 윤모(68) 씨의 자택 주차장에서 윤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지갑, 휴대전화, 승용차 등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지난달 사형을 구형했다.
여주지청 관계자는 "새 구형기준을 반영해 사형구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사형이 구형된 나머지 2명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36)과 의사 A(45) 씨. 딸의 초등학교 동창인 여중생을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이영학과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A 씨 사건도 강력범죄가 결합하거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경우여서 새 구형기준에 포함된다.
검찰은 기존의 처벌 수준으로는 살인죄의 예방 효과가 낮다고 판단, 이처럼 구형량을 상향 조정했지만,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검찰 구형을 법원이 받아들여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아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켜 범죄를 억제하는 이른바 '위화 효과'에 대한 기대가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20년 동안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될 정도다.
아울러 사형집행이 되지 않더라도 살인죄에 대한 엄벌 의지를 천명하고 구형량을 끌어올림으로써 법원의 중형 선고를 유도한다는 구상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해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5명 가운데 사형이 선고된 경우는 이영학이 유일하다. 이영학은 이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의사 A 씨는 징역 35년을 선고받았고 김성관과 양평 전원주택 살인사건의 허 씨, 종로 여관 방화범 유 씨 등은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엄벌주의가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구형량과 선고형량 사이에 비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연구 결과도 많고 의견도 분분해서 사형구형이나 선고가 실제로 살인죄를 줄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이정호 회장은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면 처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형구형을 비롯한 높은 구형이 효과를 보려면 흉악범들에 대한 뇌과학적 연구, 이들의 심리적 상태, 범행 동기 등 형사 정책적인 연구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검 관계자는 "살인죄를 세분화해서 죄질이 나쁜 경우 사형을 비롯한 합당한 처벌을 한다는 취지인데 세분화하려면 더욱 치밀한 수사가 필수적이어서 수사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고 이렇게 내실 있게 이뤄진 수사를 통해 구형이 나오면 법원의 선고도 차츰 비슷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zorb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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