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기 노조무 '광장의 목소리'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주말마다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비폭력을 주장하며 질서 정연하게 행동하는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공포와 폭력이 지배하는 21세기의 지구촌을 둘러보면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 사건이었다."
평화적인 집회로 부정을 저지른 대통령을 파면하고 정권을 바꾼 촛불혁명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든 대사건으로, 평화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다카기 노조무(高木望·65)도 그중 한 명이다.
그가 최근 출간한 '광장의 목소리'(21세기북스 펴냄)는 일본인 눈으로 바라본 촛불혁명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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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9일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부정부패에 분노하며 시작된 촛불혁명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판면을 결정한 다음날인 2017년 3월 11일까지 134일 동안 이어졌으며, 매주 토요일마다 총 1천700만 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이게 했다.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읽고 주인공 김산에 매료됐다는 저자는 1986년 서울로 어학연수를 오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1987년 6월 항쟁을 생생히 기억하고, 한국의 굴곡진 현대사와 민주주의의 궤적을 한국인보다 더 열심히 아로새긴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일본에서 TV로 지켜봤다는 저자는 당시의 느낌을 이렇게 적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솟았다. 만약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 소식을 들었다면, 이튿날 광화문광장에 나갔다면, 옆에 있는 사람과 손을 맞잡고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실로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책은 1부에서 촛불집회를 중심으로 일어난 일을 일지 형식으로 기록하고, 2부에는 참여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증언을 담았다.
역설적이게도 한국 민주주의의 역동성은 국외자의 눈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결코 다른 누군가가 건네준 게 아니었다. 공기처럼 당연하게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민주주의를 검증했고, 좀 더 확실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주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김혜영 옮김. 21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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