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호주서 총리 부인에게 "delicious(맛있는) 부인"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맬컴 턴불 호주 총리의 부인에 대해 '맛있는(delicious) 부인'이라는 영어 표현을 써 논란이 일고 있다.
호주를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시드니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칠 때쯤 턴불 총리에게 "환대해 준 것에 대해 총리와 맛있는(delicious) 부인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고 영국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이 단어는 영어로는 맛있는 음식을 표현할 때 쓰이지만, 사람을 가리킬 때는 저속한 성희롱 발언이 될 수 있다.
성평등주의자이면서 '영어를 좀 한다'고 자부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의도치 않은 말실수를 한 것인지, 아니면 익살을 부린 건지에 대한 각국 언론의 추측이 분주하다.
A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무의식적인 실수를 한 것일까', '프랑스 요리에 연결한 농담일까'라고 추정했다.
아니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7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자신의 부인인 브리짓 여사에게 '몸매 좋다'(in such great shape)라고 했던 말을 패러디한 것일 수도 있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성희롱 또는 외교적인 결례를 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호주 현지의 한 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이 기자회견 후 프랑스식 요리가 마련된 점심을 앞두고 벌써 그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관대한' 보도를 하기도 했다.
자신은 영어가 유창하다고 하지만 결점도 없지 않은 마크롱 대통령이 '딜리셔스'(delicious)와 발음이 유사한 프랑스어인 '델리슈'(d?licieux)를 다소 엉뚱하게 갖다 붙인 거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서로 다른 나라의 언어이면서 형태나 발음이 유사하지만 뜻은 상이한 '가짜 동족어'의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다.
프랑스어에서 델리슈는 흔히 음식에 대해 '감미롭다', '맛있다' 등의 표현으로 사용되지만 사람에 쓰이면 '사랑스럽다'(lovely) 또는 '유쾌하다'(delightful)의 뜻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영어는 전임자인 니콜라 사르코지나 프랑수아 올랑드식 영어에 비해서는 그래도 '개선'된 것이라고 가디언은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프랑스어를 꽤 한다고 알려졌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대통령에게 부럽다는 의미의 '아이 엔비 유'(I envy you)를 프랑스어로 옮기려다 발음이 유사한 '나는 당신을 원해'(J’ai envie de vous)라는 문장을 읊은 적이 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hope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