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동료 등 500명 참석…"매 맞는 소방관 없도록 하겠다"
(익산=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당신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고 또 기억하겠습니다."
취객에게 폭행을 당하고 한 달 만에 숨을 거둔 강연희(51·여) 소방경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 전북 익산소방서에서 유족과 동료의 슬픔 속에 익산소방서 장(葬)으로 엄숙하게 거행됐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조종묵 소방청장,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선재 전북소방본부장을 비롯해 소방서 직원, 의무소방대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영전에는 고인이 더는 입을 수 없는 정복과 모자가 놓였다. 옆에는 1계급 특진 추서와 공로장이 차례로 세워졌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와 특진 추서, 공로장 봉정, 추도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봉춘 익산소방서장은 "늘 투철한 사명감으로 소방을 빛내던 당신을 이렇게 홀연히 떠나보낼 줄 알지 못했다"며 "강연희라는 아름다운 별은 졌지만 숭고한 희생정신은 119 역사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소방경과 함께 근무했던 정은애 인화센터장은 "당신이 떠나고 없는 지금에서야 맑고 고결한 심성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새삼 느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읽어 나갔다.
정 센터장은 "이곳에서 무겁고 아팠던 모든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좋았던 기억과 따뜻한 온기, 아름다운 시간만을 안고 가길 바란다. 소방관으로서 당신이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우리가 꼭 이루겠다"며 한동안 울먹였다.
동료들은 영결식 내내 비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강 소방경과 함께 근무했던 소방서 직원들은 고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여성 동료는 '연희야 왜 네가…'라며 말을 채 잇지 못하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같은 소방관인 남편 최모(52) 소방위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인 두 아들 앞에서 북받치는 슬픔을 참으려 애썼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그는 두 손을 굳게 말아쥐고 언제나 훌륭한 소방관이었던 아내의 영정에 끝까지 예를 다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강 소방경을 태운 운구차는 노제를 지내기 위해 고인이 근무했던 인화센터에 머물렀다가 전주 승화원 화장장으로 향했다.
정복을 입은 동료들은 운구차 양옆으로 도열해 강 소방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강 소방경은 지난달 2일 원광대학교 병원 앞에서 40대 취객이 휘두른 손에 머리를 맞았다.
그는 이로부터 사흘 뒤 구토와 어지럼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24일에는 뇌출혈과 폐부종 진단을 받아 수술했으나 병세가 악화해 결국 지난 1일 숨졌다.
전북도는 시민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근무하다 희생한 강 소방경에게 이날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 안전을 위해 현장을 지키느라 눈물조차 마음껏 흘리지 못하는 소방대원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며 "소방·구급대원을 위협하는 폭력과 폭언을 근절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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