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 엄정심의 바란다

입력 2018-05-03 15:42  

[연합시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 엄정심의 바란다

(서울=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금융감독원이 최근 잠정결론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결론을 내린 금감원의 특별감리 결과에 대해 "분식회계가 아니다"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위반을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있어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양측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문제는 참여연대가 지난해 2월 금감원에 특별감리를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마다 624억∼279억 원 규모의 적자를 내다 2015년에 무려 1조9천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참여연대가 의혹을 제기한 이유다. 이런 대규모 순이익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지분율 94.6%)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생긴 결과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전적으로 지배하는 종속회사일 때는 기업가치를 장부가격대로 평가해야 하지만, 부분 지배하는 관계회사일 때는 시장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 시장가치로 평가했더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회사인 바이오젠과 3천300억 원을 합작 투자한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가 4조8천억 원으로 올라갔고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규모 순이익으로 이어졌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관계회사로 전환할 만한 상황변화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합작 파트너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매입 권리) 행사 의향을 문서로 보내온 것 자체가 '상황변화'라고 주장한다.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은 5.4%에 불과하지만, 지분 '50%-1주'를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향을 보였으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신과 바이오젠이 공동지배해야 한다는 논리다. 삼성 관계자는 "(쟁점으로 부각한) 관계회사 전환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외부회계감사의 조언에 따라 이루어진 결정"이라면서 향후 소명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랐고, 국내 대표적인 3개 외부감사 회계법인이 권고한 대로 잘못이 없다는 뜻이다.

금감원 특별감리 결과로 회계처리 위반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위반 여부는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돼 심의, 의결 절차를 거쳐 금융위가 확정한다. 적자기업이 갑자기 순이익이 거의 2조 원에 이르는 초우량기업으로 바뀐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일각에서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통합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오르면 제일모직 합병비율이 유리해져 당시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가졌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렇더라도 상대방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의로 이익을 부풀리거나 손실을 축소하는 분식회계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잘못된 판단의 근거를 줘 투자자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칠 수 있어서다. 더욱이 금감원은 2년 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이번에 결론을 뒤집었다. 금융위는 '정권이 바뀌면 결론도 바뀐다'는 의심을 사지 않도록 투명하게 심의, 의결을 거쳐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법에 따른 제재와 처벌은 그 뒤의 문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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