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찰은 드루킹 김 모(49.구속 기소) 씨의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예비후보를 4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 후보 소환 조사는 때늦은 감이 있다. 지난 3월 21일 드루킹이 경찰에 구속된 이후 44일 만이다. 초동 단계 부실·축소·늑장 수사 비판을 받은 경찰의 수사 태도는 이번 사건이 사실의 시비를 넘어 정치 공방으로 확산하는데 기름을 부었고 특검 공방 정국을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 이 사건에 쏠린 국민적 시선을 염두에 두고 경찰은 김 후보 직접 조사를 바탕으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야 한다.
드루킹은 평창올림픽 댓글 조작 혐의 외에 지난 대선 당시 불법적 방식으로 댓글 여론조작을 벌였는지에 대한 수사도 받고 있다. 김 후보는 2016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인터넷 기사 주소(URL) 10개 등 14건의 메시지를 보안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등을 통해 드루킹에 보냈고, 드루킹은 기사 URL 3천여 건을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루킹은 대선이 끝난 후 자신이 이끄는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을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후보로 추천했고, 이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 후보를 협박했다. 또 김 후보의 보좌관이 지난해 9월 드루킹측으로부터 500만 원을 수수했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 김 후보와 드루킹의 관계에서 드러난 사실들이다.
경찰이 밝혀야 할 의혹은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김 후보가 드루킹의 댓글 조작 행위를 지시했거나 알고도 묵인 방조했는지 여부이다. 김 후보는 인터넷 기사 주소들을 보내면서 홍보를 요청했고, 드루킹은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가 기사 주소들을 보내면서 드루킹으로부터 어떤 행위를 기대했는지, 또 주고받은 메시지의 성격이 규명돼야 한다. 드루킹은 경찰에서 "김 후보가 당시 경공모의 선플(긍정적 댓글) 운동을 기대하고 기사 주소를 전송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김 후보가 댓글을 자동으로 달아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드루킹이 동원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아닌지도 쟁점이다.
드루킹의 인사청탁과 댓글 작업의 연관성, 드루킹측이 김 후보 보좌관에 전달한 돈의 성격도 수사 대상이다. 김 후보가 드루킹 추천 인사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하는데, 단순한 자발적 지지자의 청탁이라면 대통령 최측근인 김 후보가 청와대에까지 직접 전달했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는 열린 인사 추천 시스템"이라면서 정상적 인사 추천 절차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 김 후보는 뒤늦게 알았다고 하지만 보좌관과 드루킹측의 금전 거래가 어떤 성격인지, 양측에 추가적인 자금 거래 또는 지원이 있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김 후보는 경찰 소환을 하루 앞둔 3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경남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의혹을 남김없이 해명하고 선거운동에 임할 것이라는 정면돌파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경찰은 김 후보 소환 조사를 통해 봐주기 수사, 면책용 수사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드루킹 사건 수사는 앞으로 여론 시장을 왜곡하는 온라인 댓글 조작이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적 대책이 마련되는 출발이 돼야 한다. 경찰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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