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이중결제 됐으니 돈 돌려주세요."
지난 3월 21일 오후 택시기사 A(54) 씨는 10대 승객에게 황당한 사기를 당했다.
A 씨는 부산 사하구에서 10대 여학생 2명을 태우고 목적지인 부산진구 서면에 도착했다. 요금은 1만 5천원.
10대 손님들은 택시비를 스마트폰 교통카드로 지불하겠다며 휴대전화를 건넸다.
하지만 결제 단말기는 평소처럼 작동하지 않았다.
A 씨가 "카드가 고장 난 것 같으니 현금으로 내라"며 휴대전화를 돌려주자 10대 손님들은 자기가 시도해 보겠다며 휴대전화를 직접 단말기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단말기가 작동했다.
영수증이 한 장 출력되더니, 급기야 한 장 더 출력됐다.
10대 손님은 "여러 번 시도해서 이중결제가 된 거 같다"고 울상을 지으며 처음 결제된 1만 5천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당황한 A 씨는 급히 현금으로 환불해줬고 이날 밤 정산을 하던 중에야 자신이 어처구니없는 사기에 당했음을 깨달았다.
신고를 받은 부산 사하경찰서는 택시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A(16) 양 등 2명을 검거해 3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A 양 등의 휴대전화에 애초부터 교통카드 결제 기능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택시기사가 결제하려 할 때는 단말기가 당연히 작동하지 않았고 A 양 등은 직접 결제하는 척하며 휴대폰으로 시야를 가린 뒤 단말기 속 현금 영수증을 출력하는 '수기 결제' 버튼을 빠르게 조작해 영수증을 2장 뽑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금영수증은 카드 영수증과 달리 카드 번호 등이 표시되지 않는 차이점이 있지만 기사들이 잘 확인하지 않는 점을 노렸다.
A 양 등은 이런 수법으로 10명의 택시기사를 속여 25만원을 가로챘다고 경찰은 밝혔다.
A 양은 "아는 오빠에게 수법을 배웠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같은 수법에 당한 택시 기사들의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기 수법을 공개해 모방범죄 우려도 있지만 발생 건수를 볼 때 수법을 적극적으로 알려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공개하게 됐다"면서 "택시조합에도 수법을 알리고 주의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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