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에 장기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정부가 북한 노동교화소로부터 3명의 인질을 석방하라고 오랫동안 요청해왔으나 소용없었다"면서 "계속 주목하라!"는 트윗을 올리며 석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러 정황상 북한에 억류 중인 이들 3명의 석방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인도주의 측면에서 다행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첫 회담을 앞두고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를 위한 사전 조치를 시작한 징후가 한미 군과 정보당국에 포착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3번 갱도 안으로 들어가 있던 케이블(전선)이 제거되고, 입구에 작업을 위한 인력과 시설들이 식별되고 있다는 구체적 내용도 전해진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5월 중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실행할 것이라면서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행 움직임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역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의 일단을 보여줄 수 있는 신호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조치로 평가한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사전협의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법으로 핵을 전면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일본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당국자와 미국 핵 전문가 등 3명이 4월 하순부터 1주일 남짓 방북했으며, 북한은 핵무기 사찰에도 응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폐기할 의향을 밝혔다는 것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경제제재 해제와 북한 비핵화 조치의 순서 등 까다로운 세부적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북미 양측의 사전 조율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순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만간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이번 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헌법기관장 초청 오찬에서 북한이 과거와 같이 막무가내 주장을 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대단히 큰 위험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략적 결단이 물론 필요하겠지만, 미국도 북한이 새로운 선택을 할 경우 가질 수 있는 분명한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아무리 양측이 회담 전 좋은 신호를 교환하더라도 완전한 비핵화 조치나 합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공염불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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