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개막작 정의신 감독 "재일은 기록해야 할 이야기"

입력 2018-05-03 17:29   수정 2018-05-03 21:29

전주영화제 개막작 정의신 감독 "재일은 기록해야 할 이야기"

"한일 관객이 자이니치 이야기를 좋아할지 몰라 고민이 많았다"



(전주=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올해 1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야키니쿠 드래곤'은 1970년대 재일교포 가족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정의신 감독 역시 재일교포다. 정 감독은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해 3일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대부분 일본어로 답했다.
정 감독은 "자이니치(재일·在日)는 잘 모르지만 잊혀 가는 이야기고,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이야기"라며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야키니쿠 드래곤'은 정 감독이 직접 집필한 희곡이 원작이다. 2008년 동명 연극으로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정 감독은 "한일 합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고 거기에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것이 이 작품의 시작이었다"며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야기지만 과연 한국과 일본의 관객이 자이니치 이야기를 좋아할지 몰라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고민 끝에 탄생한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은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두 번, 일본 신국립극장에서 세 번 무대에 올랐다.
그는 "연극을 기획할 때 이런 사랑을 받을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다"며 "이 작품을 더 많은 분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영화로 옮기게 됐다"며 직접 메가폰을 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 작품을 발굴한 김영진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지난 1월 일본에서 영화를 발견했을 때 상당한 희열을 느꼈다"며 "영화를 보는 도중 전주영화제에서 상영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개막작으로 틀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영화를 만들기 전에 우리가 외치는 보편적 정서가 무엇인지를 창작자가 잘 알고, 그것을 잘 풀어낸 교본 같은 영화"라고 평가했다.
재일교포 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 만큼 교포 1세대인 아버지 '용길'과 어머니 '영순' 역은 한국 배우 김상호씨와 이정은씨가 맡았으나, 2세대인 세 딸 역은 일본 배우들이 맡았다.
김상호 씨는 기자회견에서 "아버지로서 작품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역할이라 일본 배우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다"며 "촬영이 절반쯤 지나자 일본 배우들과 정말 친해져서 번역기로 말을 주고받으며 편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이정은 씨도 "한 달 전 일본에서 기자 시사회를 했을 때 일본 배우들로부터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정말 즐겁고 따뜻한 작업을 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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