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헌법 개정을 통해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야욕을 감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도쿄(東京)에서 대규모 반(反)개헌 집회가 열렸다.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쿄 고토(江東)구에서는 6만명(주최측 발표)이 모여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를 지키자고호소했다. 참가자들은 "헌법을 바꾸지 마라"고 외치며 행진했으며 아베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피폭 피해자들의 단체인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의 기도 스에이치(木戶季市) 사무국장은 "헌법 9조는 우리들 피폭자에게는 '생명'"이라며 "자위대가 헌법에 명기된다면 일본은 전쟁하는 국가가 된다"고 경계했다.
저널리스트인 다케노부 미에코(竹信美惠子) 씨는 집회에서 "헌법과 9조는 과거 군사비로 사용되던 국가의 돈을 사회보장과 생활의 안정 등에 사용하도록 전환시켰다는 의미가 있다"며 "그래서 70년이 지났는데도 개헌 없이 모두 (현행 헌법에) 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가한 한 60대 여성은 "잘 알지 못하는 사이 헌법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뭔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후손들에게 평화로운 세계를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홋카이도(北海道)의 삿포로(札晃)시에서도 호헌(護憲·개헌 반대)파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개헌 추진을 강행하는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홋카이도 평화운동 포럼 오사다 히데키(長田秀樹) 대표는 "헌법은 한번 파괴되면 되돌릴 수 없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국회발의를 막아 세계에 자랑스러운 헌법 9조를 지켜내자"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헌법개정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집회도 일본 곳곳에서 개최됐다.
'아름다운 일본의 헌법을 만드는 국민 모임' 등 우익 단체들은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서 1천2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활발한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이 집회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드디어 우리들이 헌법개정에 힘쓸 때가 왔다. 개헌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와 폭넓은 합의 형성이 필요하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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