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 않은 사람도 혜택, 구직 의지 꺾을 위험 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도입을 이탈리아 기업가 단체가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고용주들의 연합인 콘핀두스트리아(Confindustria)는 최근 산하 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오성운동이 약속한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오성운동이 자체적으로 추산한 연간 170억 유로(약 21조9천억 원)가 아니라, 300억 유로(약 38조7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콘핀두스트리아는 이어 "오성운동의 설계한 기본소득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돌아갈 여지가 있기 때문에 공공 재원의 막대한 낭비가 될 뿐만 아니라 구직 의지를 꺾을 위험도 크다"며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인 기본소득 도입이 재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성운동이 제시한 기본소득 공약은 연간 소득이 9천360 유로(약 1천2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개인에게는 월 780유로(약 100만원), 자녀 2명을 둔 가정에는 1천950 유로(약 250만 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콘핀두스트리아는 아울러 "정부는 이미 지난 1월부터 절대 빈곤층에게 1인당 월 최대 188 유로(약 24만원)를 지급하는 빈곤층 보조금제도 'REI'를 시행하고 있다"며 REI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할 경우 국가 재정 측면에서뿐 아니라, 노동 시장의 역동성 차원에서도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성운동은 지난 3월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남부를 중심으로 만연한 빈곤 해결을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약진했다.
오성운동은 이번 총선에서 남부에서 몰표를 얻으며 전국적으로는 33%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 총선 후 진행되고 있는 정부 구성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의 절대 빈곤층은 160만 가구, 약 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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