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조언자서 감독당국 수장으로…윤석헌 금감원장 내정자

입력 2018-05-04 09:53   수정 2018-05-04 15:04

금융개혁 조언자서 감독당국 수장으로…윤석헌 금감원장 내정자

삼바 분식회계·삼성증권 사태·채용 비리 등 현안
금융개혁 두고 금융위와 관계 설정도 과제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박의래 기자 =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가 금융개혁 설계자이자 조언자에서 지휘자로 변신하게 됐다.
금융개혁 성향이 강한 학자가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됐다는 점에서 금융개혁이 좀 더 힘을 받을 것이라는 긍정론과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교차한다.

◇ "현 정부 금융개혁 철학 가장 잘 아는 사람"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윤석헌 내정자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을 가장 잘 이해하는 비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과 맥이 닿는 인물이다.
윤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금융감독과 금융정책을 사실상 금융위가 총괄하는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는 정책과 감독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정책과 감독은 큰 방향에서 같이 가야 하지만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고 못 박은 김기식 전임 금감원장의 발언과 상통한다.
현실 참여적인 성향의 학자로서 그의 금융개혁 의지가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지난해 말 내놓은 금융혁신 권고안이다.
윤 내정자가 이끈 혁신위는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 은산(은행-산업자본)분리 완화에 대한 부정적 입장 등 파격적인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 만만치 않은 금융위와 관계 설정
다만 윤 내정자가 함께 발을 맞춰 가야 하는 금융위원회와 복잡 미묘한 관계에 있는 점은 향후 주목할 부분이다.
혁신위 권고안을 금융위가 최대한 수용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문제는 금융위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등 수용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
노동이사제 도입 문제에 대해선 범정부 기조에 따르겠다는 정도의 입장이고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싼 은산분리 이슈에 대해서도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
현 정부의 금융개혁 설계에 상당 부분 참여한 윤 내정자와 관료 출신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관계 설정도 미묘한 부분이다.

현행 금융위 설치법은 정부(금융위)가 금감원의 예·결산을 포함한 기관운영 및 업무 전반을 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금융관련 법체계도 금감원장보다 금융위원장에게 훨씬 큰 권한을 주고 있다.
즉 윤 내정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금융개혁 과제 대부분이 최소 감독규정이나 그보다 상위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인데 이는 금융위원장이나 국회의 영역이다.
연배로 따지면 윤 내정자가 최 위원장보다 10살 가까이 많다. 1948년생으로 올해 70세인 윤 내정자는 금감원장 임명 당시 연령 기준으로 역대 최고령이다.

◇ 삼바·삼성증권·금감원 권위 회복 등 과제 산적
금감원장 내정자로서 복잡 미묘한 사연은 많은 데 비해 널려 있는 현안은 한마디로 지뢰밭이다.
당면 현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 논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결론을 내린 금감원의 특별감리 결과에 대해 "분식회계가 아니다"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공방이 불가피하다.
삼성증권[016360] 배당오류 사태에 대한 처벌 및 제도 개선 방안도 김 내정자의 주요 과제다.
금감원은 지난 3일까지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했으며 검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세울 계획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나 김 전 원장이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금융권 채용비리도 남아있다.
금융권은 지난해 말부터 우리은행[000030]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달아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상태다.
여기에 현 정부에서 임명됐던 두 금감원장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단기간에 낙마하면서 무너진 금감원의 권위도 살려야 한다. 금감원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졸 ▲ 한국은행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 ▲ 금융감독조직혁신작업반 반장 ▲ 한국재무학회 회장 ▲ 한국금융학회 회장 ▲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장 ▲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겸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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