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언론인 10명중 8명 "정부의 언론자유 보장 수준 낮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이터 통신의 와 론(32), 초 소에 우(28)기자는 지난해 12월 12일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관들이 제안한 저녁 식사 자리에 나갔다.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민간인 집단학살 문제를 취재하던 이들은 약속 장소에서 평소 정보원으로 관리하던 경찰관에게서 비밀문서를 건네받은 직후 체포돼 영국 식민지 시절 제정된 이른바 '공직 비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기자에게 비밀문서를 건넨 혐의로 역시 현장에서 체포된 경찰관리 모에 얀 나잉은 최근 재판에서 경찰 고위관리의 지시로두 기자를 잡기 위한 '함정수사'를 했다고 폭로했다.
최근 법정공방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로이터 통신 기자 함정수사는 미얀마의 언론자유가 어떤 방식으로 침해당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016년 3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가 반세기 군부독재를 종식하고 미얀마에 문민정부를 출범시키면서 그동안 탄압당하던 언론은 자유를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미얀마의 언론탄압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헌법으로 치안권을 보장받은 군부는 여전히 교묘한 방법으로 언론인들을 옥죄고 있고, 수치의 문민정부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실권자인 수치와 군부 인사들을 비판해온 주간지 '디 아이언 로즈'(The Iron Rose) 발행인이 사무실에서 살해됐다.
또 같은 해 6월에는 소수민족 반군 장악지역에서 마약퇴치 행사를 취재한 기자들이 미얀마군에 체포됐다. 적과 내통했다는 것이 체포 이유다.
지난해 8월 정부군과 로힝야족 반군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는 언론인이 체포되는 경우가 더 늘었다.
초 소에 우, 와 론 기자 이외에도 당시 미얀마 의회 건물을 촬영하려던, 터키 국영방송에서 일하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국적 언론인 2명이 당국에 체포됐다.
이런 가운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정부는 시민 집회의 후원자 공개를 의무화하고 안보에 위협이 되는 집회 후원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을 고치기도 했다.
미얀마 언론시민단체인 '프리 익스프레스 미얀마'가 세계 언론자유의 날을 맞아 언론인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은 언론자유가 지난해보다 악화했다고 답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한때 미얀마의 민주화 영웅으로 불렸던 수치의 문민정부가 언론자유를 성공적으로 지켜낸 수준에 대해서는 79%의 응답자가 '낮다' 또는 '매우 낮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로 최근 국경없는기자회가 최근 발표한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미얀마는 지난해보다 6계단 하락해 전체 180개국 가운데 137위로 처졌다.
프리 익스프레스 미얀마는 성명을 통해 "언론자유를 증진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지키지 않는 (수치의) 문민정부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더 많은 언론인이 군부를 포함한 정부를 미얀마 언론자유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또 "정부는 케케묵은 언론탄압법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고칠 의지도 없다. 정부는 이에 더해 새로운 언론탄압 법률까지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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