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대 연구팀, 식물 '소통' 새 모델 규명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식물 세포가 동물의 신경세포처럼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 새롭게 규명됐다고 미국 과학자들이 과학저널 '사이언스'를 통해 밝혔다.
4일 UPI 등 외신에 따르면 메릴랜드대학(UMD) 연구팀은 동물의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돕는 글루탐산 수용체를 닮은 식물세포의 GLR 단백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밝혀냈다. GLR은 중앙 신경시스템이 없는 식물의 수정이나 성장, 해충 대처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식물 생리 연구에 주로 사용되는 배추과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의 화분 세포 내에서 GLR의 작용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코니숑(cornichon)' 단백질이 GLR의 이동을 돕고 각 세포 내에서 GLR의 활동을 통제하는 것을 발견했다. GLR 단백질은 코니숑 단백질의 도움을 받아 식물세포 내 칼슘이온의 농도와 흐름을 조절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UMD 세포생물학 교수 호세 페이요는 "칼슘 농도는 세포 내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로, 고도로 정교하게 통제돼 세포는 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서 "칼슘은 세포 간 소통의 링구아 프랑카(공통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연구결과는 GLR이 식물의 기본 소통 시스템에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런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줬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GLR과 동물의 글루탐산 수용체는 서로 비슷해 수백만년 전 단세포 유기체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 조상으로부터 생화학 소통 방식을 물려받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동물의 글루탐산 수용체가 세포 바깥에서 발견되는 것과 달리 GLR은 식물세포 벽 안의 구조물에서 발견되는 분명한 차이점을 밝혀냈다. 또 글루탐산은 인간의 뇌에서 가장 일반적인 신경전달물질이지만 식물세포 내에서는 주요 역할을 하지 않는 것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요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식물세포가 동물 세포에는 없는 자치권을 갖고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각 식물세포는 독자적인 면역체계를 갖고있으며, 움직일 수 없다는 점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소통채널을 갖고 있다"면서 "꽃이 피는 모든 식물은 동물이 글루탐산 수용체를 가진 것보다 더 많은 GLR을 갖고있는데, 우리가 제시한 식물 세포간 의사소통 모델은 GLR이 많은 이유를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밝혀진 식물의 새로운 의사소통 모델이 작물 질병을 연구하고, 식물의 기후변화나 기타 스트레스 대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퇴행성 질환의 원인인 글루탐산 수용체 유전자변이 분석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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