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판사 성향 따라 유무죄 엇갈리는 건 문제"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 의무를 거부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이동기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A(2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1월 3일 '강원도 육군 모 부대로 같은 해 12월 5일까지 입영하라'는 인천병무지청장 명의의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그는 재판 과정에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 의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양심의 자유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며 헌법이 실현하고자 하는 최고 이념인 인간 존엄과 직결돼 있다며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을 비롯한 종교적 신념에 따른(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복무 기간이 더 길고 힘든 비전투적 성격의 대체복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갖고 있다"며 "다른 병역기피자들과 법질서를 위반한 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결정은 또 다른 헌법적 가치인 평화주의와 생명존중에 입각한 것"이라며 "이들이 내세운 거부사유는 헌법에 의해 강력하게 보장되는 권리"라고 판단했다.
2천년대 들어 여호와의 증인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판단은 재판을 담당한 판사에 따라 유무죄가 계속 엇갈리고 있다.
올해 3월 인천지법 형사11단독 위수현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B(25)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위 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 아래에서 피고인의 처벌은 불가피하다"며 "피고인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고 있어 앞으로도 병역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같은 법원 형사10단독 이재환 판사도 병역 의무를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C(21)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을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법원에 부여된 권한 범위 내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3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병역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3번째 위헌 심판이 예정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2004년과 2011년에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후보자 신분일 당시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법 조항과 관련해 "인간의 자유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처벌을 감수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1심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을 볼 때 사법부 내에서도 분위기가 많이 바뀐 걸 알수 있다"면서도 "동일한 사유로 같은 죄를 저질렀는데 판사 성향에 따라 유무죄가 엇갈린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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