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오토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지만, 미국인으로서 자유가 무엇인지는 압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혼수상태로 송환된 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는 4일(현지시간) 유엔에서 열린 북한 인권상황 관련 심포지엄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했음을 예고한 직후 열려 더욱 관심을 모았다.
심포지엄에는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도 참석했다.
"북한이 우리를 방에 가둬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웜비어의 부모는 북한 정권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계속 거론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은 특히 "아들 오토가 인질로 잡혀 노리개로 이용되는 동안" 일어난 일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디는 아들이 구금 4개월쯤 됐을 때 뇌사 상태가 됐다며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병원 치료를 받도록 했겠지만 북한 사람들은 그를 끔찍한 장소에 내버려뒀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마치 "세계에 호의를 베푼 것처럼" 풀어주면서 보툴리눔 식중독에 걸렸다는 해명을 내놨다고 분개했다.
그러나 웜비어를 검사한 미 의료진은 보툴리눔 식중독에 걸렸다는 그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웜비어의 부모는 "북한 김정은과 북한 정부로 직접 이어지는 길을 만들어 그들의 행동에 대해 답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디는 특히 "어떻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며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하는데 누구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북한은 세계의 구성원인 것처럼, 자신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그들이 부당한 대접을 받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는 이렇게 계속 거론해 그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객석에서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오자 신디는 "너무 감정적으로 말한 것 같다"면서도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조금도 감정이 덜어지질 않는다"고 말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납북 일본인 가족도 다수 참석해 가족을 되찾기 위한 자신들의 노력에 관해 청중 앞에 이야기했다.
또 납북 일본인 문제를 관할하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이 참석해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인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최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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