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봄 기운에 북한 과학도 대외 공동연구 확대 기대

입력 2018-05-04 15:09  

한반도 봄 기운에 북한 과학도 대외 공동연구 확대 기대
주요 국제학술지 게재 북한 논문 지난해 80여편…미미하지만 3년전의 4배로 늘어
백두산 4개국 공동연구 첫논문 준비중…방북 영국학자 "북한에 전반적 긍정적 분위기"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과학분야에서도 북한이 대외 개방과 협력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국제 과학계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전했다.


네이처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는 영국 런던대 지진학자 제임스 해먼드 등 북한과 과학분야 협업을 하고 있는 소수의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북한의 대외 과학 협력 동향을 소개했다.
해먼드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0일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 총력 경주로 노선 전환을 선언하면서 과학과 교육을 강조한 점을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지금 북한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처음 북한을 방문한 이래 미국, 중국, 북한의 지진학자, 화산학자들과 함께 백두산의 마그마를 연구하고 있는 그는 최근에도 북한을 방문, 북한 학자들과 함께 연구 계획을 논의한 뒤 노동당 전원회의 이튿날 영국으로 귀국했다.
그는 "북한에선 과학과 과학자들이 매우 존중받고 있다"며 "북한 측 동료들은 이전부터 과학 연구와 국제 협력에 열성적이었던 만큼 새로운 분위기가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주요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는 과학 논문은 연간 100편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하지만, 지난해는 2014년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80여 편에 이르는 등 국제 학술지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정보를 제공하는 웹 오브 사이언스에 따르면, 북한 과학자들의 외국 학자들과 논문 공저는 중국이 60%를 차지해 가장 많고 이어 독일, 한국 순이다.
과학 분야로 보면, 지진, 화산 등을 연구하는 지구과학 외에도 네덜란드 연구팀과 줄기마름병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감자 품종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고, 영국 화학자들과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이론적 측면 연구도 하고 있다.
북한 연구자들과 이메일 교신을 통해 2편의 논문을 공동발표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재료 과학자 아론 월시는 "올해 여름 마침내 직접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고,남한에 페보르스카이트 연구 인력이 풍부한 점을 들어 "이 분야에서 남북 협력 가능성에 대한 낙관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북한 과학자들은 독자적으로도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수학, 물리학, 재료과학 분야가 비교적 활발하다고 네이처는 설명했다.
북한 과학계의 주된 연구 분야는 공학, 물리학, 화학, 재료과학, 수학이며, 이들 분야의 논문이 2015년 이래 발표된 논문의 80%를 차지한다. 연구기관별로는 김일성대 소속 연구자들의 논문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
북한의 과학 연구 동향을 조사한 킹스 칼리지의 통계전문가 그랜트 루이슨은 북한의 과학은 군사 용도에 집중된 게 사실이지만 남북 화해와 교류가 활성화되면 북한의 과학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남한과 협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진학자 해먼드는 자신의 백두산 화산 연구팀이 북한과 중국 양쪽에서 수집한 지진 자료를 토대로 백두산 화산에 대한 첫번째 분석 결과를 논문으로 쓰고 있다며 "백두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국경을 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국 여권 소지자들에 대해 특별 허가 없이는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의 제재와, 사전 심의를 통해 핵·군사 관련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은 후에야 북한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등으로 인해 북한 과학자들의 대외 협력은 제약이 많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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