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속에 12시간씩 화물선 청소하다 실습생 숨져

입력 2018-05-04 17:09   수정 2018-05-04 17:16

찜통 더위속에 12시간씩 화물선 청소하다 실습생 숨져
검찰, 과도한 작업시킨 선장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지난해 중동 국가에 정박 중인 화물선에서 작업 중 숨진 목포해양대 소속 실습생은 무더위 속에서 규정된 근무시간을 훨씬 넘겨 연장 근로를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습생에게 무리한 작업을 지시한 운반선 선장은 검찰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2부(한웅재 부장검사)는 4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액체 화학제품 운반선 선장 A(61)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7일 중동 카타르 메사이드 항구에 정박 중인 액체 화학제품 운반선(1만9천998t급)에서 근무 규정을 어기고 실습생 B(23)씨에게 과도한 작업을 시켜 열사병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B씨는 작업 중 쓰러져 의식이 희미한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검찰 수사 결과, 그는 운반선 내 에어컨이 고장 나 극심한 무더위 속에서 선장 지시에 따라 화물 탱크 청소 작업을 하던 중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규정에 따라 실습선원에게는 하루 8시간만 작업을 시켜야 하지만 A씨는 B씨에게 12시간씩 청소 일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B씨가 숨지기 며칠 전 1등항해사로부터 "선원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줘야 한다"는 건의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과도한 작업 지시를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사건을 수사한 부산 해양경찰서는 A씨를 불구속 상태로 부산지검에 송치했다.
부산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인천지검은 추가로 보완 조사를 한 결과 선장의 과실이 중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목포해양대 3학년이던 B씨는 부산 한 선박·선원 관리 업체를 통해 지난해 7월 6개월 일정으로 해당 운반선에 탑승해 현장실습을 하던 중이었다.
'선원 훈련에 관한 국제협약'상 선원이 되려면 최소 1년간 배에서 실습을 해야 한다.
그는 매달 실습비 300달러와 청소 수당 100달러 등 월 400달러를 받고 장시간 작업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한 달에 40만∼50만원 가량의 실습비 등만 받고 거의 착취당하는 수준으로 일했다"며 "대학 졸업 후 취업에 필요한 실습생들의 인사평정을 선장이 했기때문에 선박 내에서는 절대적인 존재였다"고 말했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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