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국정농단 재판 변수되나(종합)

입력 2018-05-05 15:17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국정농단 재판 변수되나(종합)
사실로 확인되면 '승계작업' 뒷받침…"뇌물혐의 판단에 영향줄 수도" 관측
삼성 측 "합병 등 경영승계와 무관"…대법 파기환송하면 변수로 급부상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내려지면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법원 심리를 받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의 재판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경영승계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삼는 이 부회장의 재판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특별감리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과거 회계처리에 법 위반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융위원회가 금감원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면 2심에서 무죄 판단이 나왔던 이 부회장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새롭게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2011년 설립 이후 계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직전인 2015년에 1조9천억원 순이익을 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바꾼 점에 회계부정이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외부 전문가와 협의를 통해 회계기준을 적용한 것일 뿐이지 위법이 아니다"라며 반발했지만, 금감원은 고의적 회계부정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의 판단이 맞는다면 회계부정이 발생한 시점이 또 다른 쟁점이 된다.
삼성 측은 금융담국이 문제 삼은 회계처리가 2015년 말에 이뤄졌기 때문에 같은 해 7월 이뤄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시점인 2015년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물밑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투자회사로 전환하는 등 일련의 작업은 회계처리가 이뤄진 2015년 말보다 이른 시점부터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무관치 않다는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심 의원은 2015년 7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기로 하면서 국민연금이 입을 손해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 등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의 특검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만약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작업이 그룹 내에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면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는 다른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2심이 무죄 판단을 내린 근거는, 경영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네면서 암묵적으로 청탁할 일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회계부정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당시 삼성에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다는 정황으로 여겨지면서 재판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인 대법원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기 위해 새로 추가되는 증거를 조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1·2심에서 증거로 다뤄진 사실관계 외에는 대법원이 판단할 수 없다.
대신 대법원이 다른 사유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할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승계작업에 관한 쟁점 외에도 삼성이 최순실씨 측에 제공한 마필과 차량의 소유권 문제, 최씨 소유 회사인 독일 소재 코어스포츠에 36억원을 송금한 것이 재산국외도피죄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다.
이런 쟁점을 두고 대법원이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낸다면 새로 시작하는 2심에서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따질 수 있게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상고심은 원칙적으로 증거조사를 하지 않는다"며 "다만 파기환송이 되는 사건의 2심에서는 증거조사를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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