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우 "슬럼프 겪다 합격한 뮤지컬 '시카고'"

입력 2018-05-06 06:20   수정 2018-05-06 07:38

김지우 "슬럼프 겪다 합격한 뮤지컬 '시카고'"

'록시' 역에 합류…"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되고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사실 요즘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고 있었거든요. '나 되게 애매한 배우가 아닐까'란 고민을 하며 다른 작품을 하던 중 '시카고' 합격 전화를 받게 됐어요. 다른 공연 인터미션 중에 걸려온 전화였는데, 감격과 기쁨에 소리를 마구 질렀어요.(웃음)"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지우(35)는 "뮤지컬 '시카고'는 제 커리어에서 새 전환점이 될 것 같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는 22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시카고' 14번째 시즌 '록시' 역을 맡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시카고'는 여배우들에게 '꿈의 작품'으로 통하는 뮤지컬. 귀를 휘감는 재즈 선율에 맞춰 검은 망사 스타킹에 시스루 의상을 입은 두 명의 여배우가 무대를 쥐락펴락한다.
춤과 노래, 끼와 아우라를 두루 갖춰야만 소화할 수 있는 작품으로 최정원, 인순이, 아이비, 옥주현 등의 국내 정상급 여배우가 이 작품을 꿰찼다.
김지우 역시 방송 연기자에서 무대로 활동 보폭을 넓히면서부터 '시카고'를 줄곧 욕심나는 작품으로 꼽았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본 건 22살 때 런던으로 여행 가서였어요. 운 좋게도 그 유명한 브룩 실즈가 '시카고'에 출연했을 때였죠. 당시 뮤지컬 배우를 하기도 전이었는데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휘황찬란한 무대나 세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의상이 알록달록한 작품도 아니거든요. 검은 무대 속에 검은 의상을 입고 나온 배우들이 극을 이끄는데 정말 멋진 거예요. '섹시하다'라는 표현보다는 '멋있다'는 감탄사만 연발했죠."

이번에도 무대와 방송 영역을 가리지 않고 많은 여배우가 오디션에 도전했다는 후문이다.
쟁쟁한 배우들의 도전에도 불구, 캐스팅을 담당한 해외 제작진들의 결정은 빠르게 이뤄졌다. 김지우의 오디션 영상을 본 뒤 제작진들은 "됐다, 찾았다!"는 짧고 굵은 평을 내놨다고 한다.
"하고 싶던 작품이다 보니 욕심이 났었어요. 옷장을 다 뒤져서 작품 의상과 가장 비슷한 검은 망사 드레스를 입고 갔어요. 물론 검은 스타킹과 빨간 립스틱도 함께요.(웃음) 열심히 준비한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슬럼프를 겪던 중 날아든 낭보라 기쁨은 두 배였다.
"제가 좀 애매한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최근 좀 힘들었어요. 나이가 아주 어린 것도, 많은 것도 아니고, 결혼한 여배우인 데다가 아이도 있잖아요.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조연부터 아예 다시 시작해볼까 등 생각이 많았죠. '시카고' 합격 전화를 받고 소리를 질렀던 이유는 기쁨도 컸지만 제가 바뀌고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가 맡은 '록시' 역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불륜남을 살해한 죄로 수감된 코러스걸이다. 백치미와 섹시함,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의 기복까지 선보여야 하는 캐릭터다.
이번에 그와 함께 이 역에 더블 캐스팅된 이는 이미 '시카고'에 세 번이나 출연한 아이비(36)다.
'록시는 아이비'란 인상이 강한 터라 새 얼굴로 합류하는 그에겐 부담될 수 있다.
그는 그러나 아이비를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감과 고마움을 연신 표했다.
"사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어요. 록시는 아이비라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게다가 이 작품에 출연하기 전부터도 '아이비랑 친척 관계냐'는 질문을 숱하게 들었어요. 그만큼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들이었죠. 그래서 언니와 같은 역을 맡는 것은 제게 독일 수도, 득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결론요? 득이 엄청 많은 것 같아요. 하하. 언니가 소문대로 성격도 정말 좋고 사소한 동선까지 알려주면서 저를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같이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사러 가면 여전히 '자매냐'는 질문을 듣고요.(웃음)"
그는 요즘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6일 연습실에 붙어산다.
그런 그의 새 도전을 남편이자 스타 셰프인 레이먼킴과 5살짜리 딸 아이가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응원한다.
"가족들이 더 기뻐하는 것 같아요. 남편은 제가 고기를 좋아하니까 소고기부터 양고기까지 다양한 고기 요리를 체력을 챙겨주고, 딸은 '시카고' 포스터만 봐도 "엄마다"라면서 막 뛰어가요. 뮤지컬 팬인 저희 어머니는 제가 남경주, 최정원 씨와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너무 감격한 상태시고요.(웃음) 시어머님은 며칠 전 생신이라 전화를 드렸는데 공연 폐막일까지는 다른 아무 생각도 말라면서 신신당부를 하시더라고요. 제가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정말 기쁘시대요."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첼로를 배웠지만 17세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학생복 모델을 하며 진로를 틀었다.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방송계에 데뷔했다.
'내 인생의 콩깍지', '1%의 어떤 것',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등 드라마와 '동갑내기 과외하기', '여우비' 등 영화에 출연했다.
뮤지컬에는 '사랑은 비를 타고'로 신고식을 치른 뒤 '금발이 너무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킹키부츠' 등에 출연했다.
그는 사실 옥주현이나 정선아처럼 공연장 지붕을 날릴 것 같은 가창력을 선보이는 배우는 아니다. 그는 대신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조역으로 들어가도 주연을 누구보다 잘 서포트할 수 있다는 점은 내 장점"이라며 웃었다.
"전 스타가 되고 싶은 배우는 아니에요. 연기를 잘하고 싶어 하고, 어디선가 꾸준히 노력해 한 걸음씩 올라가는 배우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 또 딸 아이가 아빠 직업은 "쉐프님"이라고 말하고 다니고, 엄마 직업은 "뮤지컬 배우"라고 말하고 다녀요. 그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겁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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