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으로 선거자금 모금…선거 뒤 이자 더해 상환하는 방식
최고 5%대 이자…지지자들, 후보 지원·수익 '두마리 토끼'
(전국종합=연합뉴스) "선거 비용도 쉽게 모을 수 있고, 지지세를 과시할 수 있는 데다 홍보 효과도 크니 일석다조인 셈이죠"
공개적인 선거자금 마련 수단으로 떠오른 선거펀드가 지방선거 후보자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선거펀드는 선거에 드는 자금 일부 또는 전부를 공개적으로 빌려서 마련하는 일종의 이벤트다.
선거가 끝난 뒤 선거운동 비용을 보전받게 되면 약속한 상환일까지 원금과 이자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후보자는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10~15% 득표율은 반액)을 돌려받는다.
후보들은 선거자금 확보와 지지층 결집을 꾀할 수 있고, 지지자들은 원하는 후보의 당선을 도우면서 때에 따라서는 금융권 금리보다 높은 이자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주요 정당 후보나 인지도가 높은 현직은 설령 낙선하더라도 선거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는 득표율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안전판'이 때문에 메이저 후보들이 한결 쉽게 선거펀드를 통해 자금을 모을 수 있다.
물론 득표율이 낮아 선거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더라도 펀드 모금액은 후보자의 빚이어서 갚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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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유시민 펀드'가 선거펀드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유 전 장관은 당시 이 펀드로 41억5천만원을 끌어모았다.
선거펀드는 투명하게 선거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지지자들의 참여(투자)와 응집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후보자들은 펀드 개설과 모금 과정 자체를 홍보에 이용하기도 한다. 단기간에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유권자들에게 유력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청년 정치인들에겐 거의 유일한 선거자금 마련 방법으로 간주된다. 투자자와 후보자를 연결하는 선거펀드 플랫폼도 운영되고 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선거펀드를 운용한다. 지난 선거에서 3일 만에 목표액 5억원을 달성했던 김 교육감은 오는 9일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연리 1.65%의 '행복교육 희망 펀드'를 개설하고 6억원 모금에 나선다.
충북교육감 예비후보인 심의보 전 충청대 교수도 목표 모금액 8억8천만원, 연리 3.0%의 '마음 펀드'를 지난달 25일 출시했다.
자유한국당 박경국 충북지사 후보는 펀드 목표액을 5억원으로 설정하고 모금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는'OK 시민 행복펀드'로 오는 13일부터 12억원을 이자율 3.6%에 모금할 예정이다.
한국당 서병수 부산시장도 목표액 10억원의 '서병수 BS+ 펀드'를 개설, 오는 24일부터 운용할 예정이다. 이자율은 연 3.5%로 정했다.
재선을 노리는 김석준 부산시교육감도 오는 8일부터 '2018 김석준펀드' 모금에 들어간다. 모금 목표액은 14억원, 이자율은 3.0%이다.
민주당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는 지난 3일부터 '민주펀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목표 금액은 10억원(연이율 3.6%)이다.
바른미래당 김형기 대구시장 후보는 시장 후보 전원을 대상으로 한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에서 10% 이상 지지율이 나오면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선거자금을 모금한다는 구상이다.
경북교육감 선거에 뛰어든 임종식(15억2천900만원·연리 3%), 안상섭(1차 10억원 완료·연리 5%), 이찬교(10억원·연리 2%) 예비후보도 '선거펀드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미래학교 펀드'를 운용 중인 임해규 경기교육감 예비후보 측은 "펀드라는 방식은 공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후보자를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배종수 서울교대 명예교수, 송주명 한신대 교수도 선거펀드를 어떻게 운용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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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감 출마자 중 고승의 예비후보는 '고승의 청렴펀드(10억원·연리 3%)'를, 도성훈 예비후보는 '도성훈 펀드(13억원)'를, 최순자 예비후보는 '백년대계 펀드(13억4천400만원·연리 시중금리+0.5%)'를 선보이고 있다.
교사직을 사퇴하고 울산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장평규 후보는 목표액 1억5천만원, 연리 3% 이내의 '혁신교육 펀드'를 운용할 예정이다.
장 후보 측은 "선거펀드에 투자하는 시민은 후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투자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허성무 창원시장 후보 측은 "지난달 9∼11일 청약을 받아 12일 펀드를 출시한 결과 목표액 1억원을 초과한 1억4천89만원이 입금돼 당일 모금을 마감했다"며 "조만간 모금액 1억원의 2차 펀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3일 '한결 펀드' 목표액(1억6천만원)을 달성한 김한근 한국당 강릉시장 예비후보는 "선거자금 모금에 대한 불신을 종식하고 시민참여로 이루어지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선거자금 모금 문화"라고 선거펀드를 평가했다.
(박재천 이덕기 박영서 장영은 이종민 이정훈 강종구 김광호 기자)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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